2018년부터 올해 2·4대책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기준금리 인상, 사전청약 확대, 신규택지 추진 등 정부는 며칠 새 집값을 잡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남은 카드를 모두 시장에 던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막대한 공급계획이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공급까지는 수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경기와 인천을 중심으로 공급물량이 쏠려, 시장에 안도감을 주기는커녕 서울 주택 희소성만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정부의 잇따른 공급 대책에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시장은 여전히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신도시인 의왕·군포·안산, 화성 진안은 서울 남쪽에 있다. 앞서 발표한 3기 신도시는 서울 동쪽(남양주 왕숙·하남 교산)과 서쪽(인천 계양·부천 대장·고양 창릉), 서남쪽(광명시흥)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동서남쪽을 아파트로 빼곡히 채우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가 4년여에 걸친 공급계획의 마침표로 본다. 정권 말기에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부담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 일대에서 추가로 선정할 대규모 신규택지도 마땅치 않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담긴 신규택지들이 “서울과 멀어도 너무 멀어 집값 상승세를 꺾을지 의문”이라고 평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기조는 충분히 긍정적”이라면서도 “신규택지 대부분은 서울 인접 수도권이 아닌 경기도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역교통망과 연계하더라도 서울의 주택 수요를 얼마만큼 흡수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서는 확신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번 정부는 공급계획을 발표하는 데 그쳤을 뿐 실질적인 공급은 다음 정부의 공으로 넘어갔다. 이 연구원은 “광역교통망 조성은 물론 신규택지도 완공과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이 적지 않기 때문에 최종 결과는 차기 혹은 차차기 정부에서 맡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신규택지들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나왔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수요자들이 갈 만한 지역을 신규택지로 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서울 외곽”이라며 “교통계획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하고 산업기반 활성화 방안 등도 빠져 베드타운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신도시가 미래의 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3차 신규 공공택지는 2026년부터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라 당장 공급 체감을 현실화해 주변 집값 안정을 도모하기보다는 심리적 안정 시그널을 주는 데 제한될 것”이라며 “주택청약을 위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단기적으로 임대차 시장의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가격안정을 위한 시장 모니터링이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