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친환경차 리포트 ①] 정만기 KAMA 회장 "한국 전기·수소차 기술 세계 최고, 뒷받침할 여건 조성 시급"

2021-08-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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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점유율 높이려면 가격 경쟁력 확보해야

보조금 없으면 수요 확 줄어…인프라 확충도 절실

하이브리드 징검다리로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필요

"과거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적극적으로 준비해 내연기관차 시절에 구축된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변화시켜야 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지난 27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기차 시대에도 한국이 앞서나가기 위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거듭 강조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산업 생태계가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회장은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그간 약자였던 중국이 크게 약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은 언젠가는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생각으로 쭉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경우 연간 내수 시장만 해도 3500만대로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현지 기업들이 국내 시장도 장악해갈 우려가 있다"며 "코발트, 희토류 등 원자재가 있는 광산도 적극적으로 장악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통기업이 아닌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점도 전기차 시장의 특징으로 들었다. 정 회장은 "기존의 완성차업체들이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지만 리비안, 루시드 모터스, 니오 등 새로운 강자들의 성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전기 동력화 경향은 더 이상 반대방향으로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환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총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 움직임이 일고 있고, 각국이 보조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394만대에서 2025년에 약 1126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이를 받쳐줄 여건 조성도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술 측면의 경우 전기·수소차의 경우 세계 1~2위 수준으로 앞서가고 있고, 배터리 산업도 발달돼 있고 해서 방향은 잘 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생산 측면에서는 불리한 부분도 있다"며 "부품업체들의 경우 (내연기관차) 동력계 쪽이 많아서 어떻게 잘 전환해갈 것인지, 완성차업체들의 경우 줄어드는 인력 수요에 맞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정 회장은 "전기차로 넘어가면 인력수요가 기존의 38%가량이면 된다고 하는데 노동시장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중견기업들의 경우 이 같은 환경이 확보돼야 전기차 생산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생산비에 대한 문제가 해결돼야 더욱 많은 기업이 전기차 시장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 "노동자들의 재교육·재훈련을 통해 인력 조정이 무리없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만만한 주제는 아니지만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시장조차도 뺏길 수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앞으로 한국 전기차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과제로 '가격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현재까지는 사실 보조금에 의해서 전기차가 확대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높다면 소비자들이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에 만약 보조금 등이 없다면 수요가 확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로 인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로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기업들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인프라 정책을 강화해 전기차 수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를 385만대로 확대하고, 2050년까지 수송부문의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공공충전 인프라 확대뿐만 아니라 주거지와 사무공간 등 충전기 설치 의무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자재 수급 문제도 전기차 시장에서의 승패를 가를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기업과 정부가 함께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공급망 관리가 진짜 문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 중국이 배터리 원자재인 코발트, 리튬과 희토류 등의 자원에 대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기차가 더욱 많아지면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해외자원 개발 등 원자재 확보 노력뿐만 아니라 대체소재 개발과 효율성 높이기에도 집중해야 한다"며 "중국 같은 경우 광산 개발 등에 정부도 지원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위해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로 전환되면 좋겠지만 이는 기업들 입장에서도 어렵고 대량 실업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급격한 전환으로 생태계가 붕괴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하이브리드차를 제시했다. 그는 "10년에서 15년 이상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차 범위에 포함시켜 주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이브리드차의 취득세 공제 등 세제 감면을 지속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전기차 인프라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의 편의성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전략적으로도 전기차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국가에는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해야 하는데, 그쪽 수출시장을 포기하면 결국 중국에 빼앗기게 되는 것"이라며 "내연기관이 있다고 해서 친환경차가 아니라는 인식보다는 친환경 연료 등을 개발한다든지 하는 등으로 친환경차의 범위를 확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 회장은 자율주행차 시대에도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자연스럽게 자율주행차의 발전도 촉진될 것으로 본다"며 "이와 관련한 인재개발이 좀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히 자율주행차 쪽이 인공지능(AI)이나 센서 등의 시스템 설계 쪽에서는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자율주행과 관련해서 인수·합병(M&A)을 많이 하는데 기업 차원에서는 맞는 방향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보자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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