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파월 의장의 태도를 "도발적"이라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파월 의장의 연임 여부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몇 개월간 물가상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연준의 입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연준의 아집이 시장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연준 전체의 고용 목표를 강조하고, 인플레에 맞서기 위한 선제적 금리인상을 거부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연내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에는 동조했다. 그러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의 조건은 엄격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대 고용률뿐만 아니라 일정기간 동안 2%를 넘어서는 인플레이션 등 보다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연준 구성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이미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입장이 다르다. 다만 "지속가능한 기준으로 2%에 도달했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라면서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 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상품과 서비스 부문에서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다. 이후 경제가 재개되면서 이들 부문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졌다. 이는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한 부문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자동차를 비롯해 목재 등 물가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던 품목들은 여름 이후 가격이 치솟은 뒤 가격이 안정됐거나 떨어지고 있다. 임금이 상승하는 것은 맞지만, 속도는 아직까지 물가 폭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파월 의장의 판단이다.
이에 더해 시장과 설문에서 나타나는 물가상승 기대치는 오르기는 했지만, 실제 인플레이션 속도보다는 빠르지 않았다는 것을 볼 때 가계나 기업 역시 현재의 물가상승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는 근거라고 파월 의장은 강조한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노령화와 기술의 발전은 물가상승 압력을 막으면서 미국을 비롯한 중앙은행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이런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기는 힘들다는 것도 파월 의장의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