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중개수수료 '0'" 항저우의 부동산 직거래 실험

2021-08-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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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물량 독점해 폭리 취한 부동산 중개업자에 '경고'

까다로운 주택 매매···부동산 중개업소 '존재감' 여전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뜨거운 감자'로 부상

중국 부동산중개업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최근 정부 주도로 '중고주택 직거래 플랫폼'이 출범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를 중간에 끼지 않고 집주인과 매입자, 당사자끼리 직접 주택을 사고파는 플랫폼이다. 당연히 중개 수수료, 즉 복비를 낼 필요도 없다. 항저우시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이 연 거래액 1200조원이 넘는 중국 부동산 중개 시장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보·물량 독점해 폭리 취한 부동산 중개업자에 '경고'

항저우 부동산직거래 플랫폼 


중국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저장성 항저우시 주택보장 및 부동산관리국은 지난 18일 '중고주택 거래 관리감독 서비스 플랫폼'에 개인이 직접 자유롭게 주택 매물을 올려 사고팔 수 있는 직거래 기능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집주인은 주택 위치, 평수, 인테리어, 주택 내외부 사진, 내부구조도, 희망 매매가, 담보대출 현황 등 부동산 매물 관련 정보를 플랫폼에 올린다. 집을 사려는 구매자도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 유형, 평수, 위치 등 조건에 맞는 매물을 확인해 직접 집주인과 직거래하는 방식이다. 이곳에 올라오는 매물은 모두 정부의 확인·대조 작업을 거친 것으로, 실명제로 가입한 사람만 매물을 확인해 거래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18일 개시되자마자 닷새 만인 22일 오후 8시(현지시간) 기준 모두 176개 주택 매물이 올라왔다. 물론 항저우 '톱3' 중고주택 거래 플랫폼인 워아이워자(17만6102개), 롄자(12만7301개), 화방(8만4619개)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부동산 과열 억제책의 일환으로 중고주택 매매 상한가를 도입하고 부동산 중개업소 불법 거래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주도 중고주택 직거래 플랫폼의 출범은 부동산 중개업자를 향한 경고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부동산 중개업계에선 허위 매물을 올려 집값을 끌어올리고, 정보 독점으로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고, 부동산 매물을 독점하는 등 불법 행위가 비일비재했다.

항저우시 주택보장 및 부동산관리국도 "부동산 중개업자에만 의존해 집을 사고 파는 구도를 타파하고, 부동산 시장의 정보 비대칭으로 빚어지는 폐단을 막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개인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직접 집을 사고 파는 플랫폼을 마련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중고주택 시장 운영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입자는 집주인이나 중개인과 비교해 부동산 정보가 적어 거래의 상대적 약자 위치에 놓여 있다. 하지만 부동산 직거래를 통하면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매입자에게 부과되는 중개료를 낼 필요도 없다. 

옌웨진 이쥐연구원 연구총감은 중국 증권시보를 통해 "(직거래 플랫폼 출범은) 탈(脫) 중개 성격이 짙다"며 "혹은 기존의 중개업소가 가진 정보나 매물 독점 등과 같은 폐단을 줄이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중개업을 관리감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항저우를 시작으로 다른 지방정부도 줄줄이 중고주택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부동산 중개업체 베이커(貝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중고주택 거래액은 약 7조3000억 위안(약 1314조원)에 달한다. 이 중 약 85%가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졌다. 한해 중개업소가 취하는 복비만 대략 1200억 위안이 넘는다. 직거래 플랫폼이 확산되면 부동산 중개업소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 항저우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이 출범했다는 소식에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중국 대형 부동산 중개업체 베이커 주가는 하루 새 15% 폭락하며 35억4000만 달러(약 4조1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까다로운 주택 매매··· 부동산 중개업소 '존재감' 여전

[그래픽=아주경제 DB]


실제 항저우 현지 중개업자들은 복잡한 심경이다.  중국 부동산포털 러쥐차이징(樂居財經)은 직거래 플랫폼 출시 후 시내 몇몇 중개업소에는 중개사들만 가득하고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중개사 리씨는 "최근 부동산 규제 속 열흘간 단 한 건의 거래도 없었다"며 "직거래 플랫폼 출시로 아마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고향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론도 있다.  주택 매매라는 게 워낙 복잡한 과정이다. 매물 선택부터 가격 협상, 매도·매수인 자격 확인, 주택 저당 설정 여부 확인, 주택담보대출 신청, 실거래까지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집을 처음 사고 파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게다가 정부 직거래 플랫폼에 올라오는 매물 물량도 제한적이라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특히 복비를 내지 않는 집주인으로선 트래픽이 적은 정부 플랫폼에 직접 매물을 올릴 동기 요인이 별로 없다. 매입자 입장에서도 최근 롄자 등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가상현실(VR)이나 3D 기술을 활용한 주택 가상 체험 같은 서비스도 누릴 수 없다. 

부동산 거래 당사자에게 선택지가 하나 늘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지, 탈(脫) 중개나 중개업소 대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 항저우 중고주택 직거래 플랫폼의 등장이 기존의 중개업소에 의존한 중고주택 거래모델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결론을 내기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사실 중국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 등장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1년 베이징시 정부는 중개료 없는 중고주택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하이뎬구에서만 시범 운영했다. 중개업소의 허위 매물을 통한 집값 올리기 행위 등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당시 이용자가 별로 없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상하이시 정부도 이보다 앞서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결국 대다수 중고주택 거래는 중개업소를 통해 이뤄졌다. 앞서 지난 6월엔 선전시 정부가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을 출시했다가 몇 시간 만에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부동산 중개료 인하··· 중국서도 '뜨거운 감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저우 중고주택 직거래 플랫폼 출범에 의미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최근 중국 내 치솟는 집값에 덩달아 급등한 부동산 중개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탓이다. 실제 중국 부동산 중개료는 우리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중국은 부동산 중개료 요율을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매가의 2~3% 사이다. 지역마다, 업체마다 적용 요율이 제각각이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워아이워자 등 대형 부동산 중개업소 대부분이 매매가의 2.7%를 복비로 떼간다. 값비싼 별장의 경우엔 1%대까지 낮추는 경우도 있다.  

항저우의 경우, 100만 위안 이하 주택은 3%, 100만 위안 이상은 2%를 보통 중개료로 받는다. 항저우에서 500만 위안짜리 집을 팔면 중개업자는 10만 위안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중개료는 보통 매입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집값이 비싸지 않을 때야 2~3% 중개료는 부담이 없었지만,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두세 배씩 올랐는데 수수료도 덩달아 뛰다 보니 중국인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중국에서도 중개료 인하, 중개료 상한선 설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다웨이 중위안부동산 수석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중개료는 0.5%가 적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중국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부동산중개업은 중국에서 잘나가는 업종 중 하나였다. 지난해 8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부동산중개 플랫폼 베이커는 상장 첫날 주가가 90% 가까이 뛰기도 했다. 주가는 상장 석달 만에 공모가의 3배로 뛰며 시가총액이 중국 3대 부동산 재벌 비자위안·완커·헝다도 뛰어넘었다. 

아파트 건설에만 치중했던 개발업자들도 속속 부동산중개업에 뛰어들었다. 최근 2년 새 완커는 '푸링(​樸鄰)', 비자위안은 '유와(有瓦)', 헝다는 '팡처바오(房車寶)' 등과 같은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선보였다. 징둥, 알리바바 같은 인터넷 기업들도 지난해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일제히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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