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미학] 장흥삼합·갯장어 샤부샤부·된장물회...입맛 찾아주는 장흥 별미

202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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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육지의 조화...한우 주산지 장흥삼합

소고기 육즙에 바다내음...향긋한 표고의 향연

갯장어 샤부샤부에 된장물회 건강한 한 숟가락

특별할 것 없는 조리법처럼 보이지만 신선한 제철 재료로 세상에 둘도 없는 훌륭한 요리를 탄생시킨다. 전남 장흥의 음식이 그렇다. 장흥군이 선정한 '장흥 9미(味)' 중에서도 △장흥 한우 삼합 △갯장어(하모) 샤부샤부 △된장 물회는 후텁지근했던 여름철 떨어진 입맛을 살리고,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는 데도 그만이다.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지칠 대로 지치고, 여름 내 이어진 불볕더위 탓에 기력과 입맛이 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불현듯 장흥으로 떠난 이유다. 
 

장흥 별미로 손꼽히는 '장흥 삼합'[사진=기수정 기자]

◆장흥 대표 별미 '장흥 삼합'을 아시나요

장흥의 대표 별미를 꼽으라면 '장흥삼합'을 빼놓을 수 없다. 삭힌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지를 한 점씩 올려 먹는 그 흔한 '삼합'이 아니다. 홍어 대신 키조개 관자를, 돼지고기 대신 한우를, 묵은지 대신 표고버섯을 올리는 이색 음식이다.

장흥에 처음 왔을 당시 처음 맛봤던 음식이 바로 '장흥 삼합'이었다. '맛의 향연'은 아마도 이를 두고 한 말이지 싶었다. 양질의 한우, 싱싱한 키조개와 표고버섯까지······. 모두 장흥에서 나는 특산물을 활용해 만든 이 음식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이들은 있어도 한 번만 맛본 이들은 없을 정도로 별미가 됐다. 

장흥 삼합은 육지와 바다의 대표 별미가 조화를 이룬 영양 만점 음식이다.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이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춘다. 

달궈진 불판에 빛깔 좋은 한우를 먼저 한 점 올린 후 불판 가장자리에 담겨 나오는 육수에 탱글탱글한 키조개 관자와 표고버섯을 담가 살짝 익힌다.

한우를 씹을 때마다 나오는 육즙이 바다 내음이 진한 키조개 관자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표고의 은은한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며 혀끝에 감긴다.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랄까. 한우만 먹으면 조금 느끼해질 수 있는 맛을 키조개와 버섯이 담백하게 잡아준다. 참 오묘한 매력이다.

보통 깻잎이나 상추에 싸 먹기도 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처음 한 입은 위 세 가지 재료만 올려 맛보길 권한다. 또 각 재료의 맛을 살리려면 너무 바싹 익히지 않는 것이 좋다. 
 

갯장어 샤부샤부 역시 여름철 별미로 손꼽힌다. [사진=기수정 기자]

◆원기 충전을 위하여···갯장어 샤부샤부 한 점

갯장어도 떨어진 입맛을 회복하는 데 그만인 장흥의 별미다. 

지역에서는 갯장어를 흔히 하모(はも)로 부른다. 아무것이나 잘 문다고 하여 '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에서 유래했다. 주로 남해안 일대 갯벌에서 서식하는 갯장어는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A가 풍부하다.

갯장어잡이가 시작되는 5월 초부터 맛볼 수 있지만, 여름철 보양식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뱀장어나 붕장어보다 가시가 많지만, 맛은 어디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다. 갯장어는 회로도 많이 먹지만, 샤부샤부로 먹어도 일품이다. 

장어 뼈와 대추, 엄나무 등을 넣고 된장을 살짝 풀어 끓인 육수에 갯장어 토막을 살짝 데쳐 맛보는 갯장어 샤부샤부는 생양파에 싸 먹으면 장어의 기름진 맛과 양파의 알싸한 맛이 잘 어울리고, 씹는 맛도 좋다. 

육수가 끓기 시작할 때 손질한 갯장어를 살짝 데친 후 건져내 양파와 부추, 된장 등과 한 쌈 싸서 베어 물면 담백하고 고소하기 그지없다. 갯장어를 샤부샤부의 진한 육수를 한 숟가락 떠서 함께 맛보면 담백한 맛은 배가 된다. 샤부샤부를 맛본 후에는 죽이나 면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면 온종일 속이 든든하다.
 

된장을 풀어 더 구수한 맛을 내는 장흥 '된장 물회'[사진=기수정 기자]

◆구수함 혀끝에 감기는 된장 물회라니

물론 장흥에서 맛보는 물회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맛이 아니다. 구수한 '된장'이 바탕에 깔리는 덕이다. 

며칠씩 고기잡이를 나간 어부들이 육지에서 가져간 김치가 시어 버리자 잡아 올린 생선과 된장을 섞어 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이 된장 물회는 여름철 집 나간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음식으로 손꼽힌다. 

예전에는 농어 새끼를 비롯해 망둥이, 조기, 전어, 돔, 바지락 등 싱싱한 생선이면 가리지 않고 사용했지만, 요즘 된장 물회를 파는 식당에서는 비린내가 덜한 농어 새끼나 광어, 도다리, 우럭 같은 생선을 주로 사용한다. 

된장을 푼 물에 생선을 넣고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와 신김치, 양파와 풋고추, 마늘을 올린 후 매실과 막걸리 식초로 버무려 넓적하고 둥근 옹기에 담아내면 끝. 꽁꽁 언 얼음 동동 띄워 내니 국물 한 숟가락만 입에 떠 넣어도 더운 속을 달래는 데 제격이다. 새콤한 맛보다는 된장의 구수함이 입안에 먼저 퍼지고 뒷맛이 깔끔하다. 

된장과 상큼한 열무김치가 한데 어우러져 아삭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고, 풍미가 깊다. 물회를 다 먹은 후 남은 국물에 면이나 밥을 말아 먹어도 좋다.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의 가치와 형태는 저마다 다르다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맑은 공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심신의 건강함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 이것이 행복이 품은 본질이 아닐까 하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행복의 본질을 되찾은 것만 같아서 장흥 여행은 더 특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일상을 옥죄는 지금, 장흥에서 맛깔스러운 음식을 즐기며 누렸던 소소한 행복을 마음속에 담고 힘든 일상을 견딜 힘을 내야겠다. 
 

장흥삼합 필수 재료인 한우. 장흥은 1등급 한우 생산이 많은 고장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장흥삼합 재료인 키조개 관자와 표고버섯[사진=기수정 기자 ]

갯장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칼집을 낸 뒤, 푹 끓인 육수에 살짝 익혀 먹으면 된다. [사진=기수정 기자]

갯장어 샤부샤부를 데쳐 먹는 육수. 육수는 장어 뼈와 각종 한약재를 넣고 푹 끓여낸다. [사진=기수정 기자]

여름철 떨어진 입맛 살리는 장흥 된장 물회[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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