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고 쪼개고···SK, 새 먹거리 찾아 계열사 새 판 짜기

올해 SK그룹 계열사가 잇달아 분할·합병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SK그룹이 기존의 전통 산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빈틈없이 써내려가기 위해 매월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계열사 간의 정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SK그룹은 지주사 및 여러 계열사의 분할·합병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와 첨단소재 분야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SK머티리얼즈는 특수가스 등 사업부문 일체를 물적 분할해 신설법인을 만들고, 존속하게 된 지주 사업 부문이 SK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번 합병은 오는 12월 1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달 초에는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자사 핵심 사업부인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을 각각 독립 회사로 분할하고, 스스로 중간지주사 형태로 진화해가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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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지난 4월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SK텔레콤도 인적분할을 통해 SK스퀘어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SK스퀘어는 중간지주사로 그룹의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투자에, 존속법인인 SK텔레콤은 현재의 이동통신(MNO) 사업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향후 그린 비즈니스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그룹이 이 같이 계열사 교통정리에 착수한 것은 우선 기존의 사업을 그대로 영위하기보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주력 사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배터리 사업을 분할한 이후 폐배터리 재활용(BMR, Battery Metal Recycle) 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기존 정유·화학 산업에서 탈피해 향후 그린 비즈니스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SK그룹이 중간지주사 도입 등을 통해 그룹의 투자 부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를 위해 계열사를 재편성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SK㈜는 첨단소재 사업의 효율성 있는 투자를 위해 SK머티리얼즈 지주 사업 부문을 합병한다는 방침이다. 신설될 SK스퀘어도 ICT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투자는 SK그룹이 올해 초 발표한 파이낸셜 스토리와 연관이 깊다. SK㈜는 올해 첨단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같은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 전문가치투자자로 진화해 내겠다고 선언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시장의 신뢰와 공감을 중심으로 재무성과를 만들어가겠다는 SK그룹의 의지를 담은 표현이다. 최 회장이 해당 표현을 적극 활용한 이후 SK그룹의 기본 전략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근 진행되는 전방위적 분할·합병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고 투자하기 위해 단행되는 조치"라며 "SK그룹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혁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