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벌 떨며 첫승 거둔 곳서 최저타로 우승한 임희정

2021-08-2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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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하이원 마지막 날

임희정 버디5·보기1 4언더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

첫승 거둔 곳에서 방어 성공

1년 10개월 만에 통산 4승

KLPGA 투어 통산 4승을 거둔 임희정. [사진=KLPGA 제공]


임희정(21)이 이번 시즌 무관의 한을 풀었다. 덜덜 떨며 생애 첫승을 거둔 곳에서다. 특히 이번 우승은 고향(강원 태백)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거둔 쾌거라 의미가 남다르다.

202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 경기가 22일 정선군 하이원 골프장(파72·6511야드)에서 열렸다.
전날 진행된 3라운드가 이날 오전으로 순연됐다. 비바람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오전 6시 50분부터 선수들은 중단한 홀에서 경기를 재개했다. 오전 10시 40분경 3라운드가 종료됐다. 그 결과 이가영(22)이 10언더파로 선두를 유지했다. 사흘 연속 선두다.

오전 11시 40분부터 최종 4라운드가 진행됐다. 예비 일(월요일)이 없고,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대회조직위원회는 샷건 방식(1~18번 홀 출발)으로 선수들을 일제히 출발시켰다.

최종 4라운드 경기가 오후 5시 11분경 종료됐다. 종료 결과 임희정이 버디 5개, 보기 1개를 낚아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68타는 이날 최저타 기록이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2위 그룹(10언더파 278타)을 형성한 허다빈, 박민지(이상 23) 등을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1억4400만원, 투어 시드는 2년을 받았다.

3라운드 8개 홀을 진행한 임희정은 이날 이른 오전 10개 홀을 소화하고, 최종 4라운드에 임했다. 총 28홀이다. 3라운드 결과 순위는 4위(7언더파)였다.

1번 홀에서 출발한 임희정은 2번 홀(이상 파4)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출발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4번 홀(파5), 6번 홀, 8번 홀(이상 파3) 징검다리 버디 3개를 낚았다.

전반 9홀 2타를 줄인 그는 11번 홀(파5)과 13번 홀(파4) 버디 2개를 더했다.

'핸디캡 1번'이었던 18번 홀(파4)을 파로 잘 막은 그는 마지막 조의 경기를 지켜봤다. 2위 그룹의 퍼트가 빗나가는 순간 임희정이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생애 4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임희정. [사진=KLPGA 제공]

임희정은 2019년 8월 25일 이 대회에서 생애 첫승을 기록했다. 당시에 그는 최종 4라운드에서 벌벌 떨며 오버파를 때렸으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후에는 파죽지세였다. 1달 뒤인 9월 22일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2019년 10월 20일에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통산 3승을 거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한풀 기세가 꺾였다. 지난해(2020년)는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후반기에 포함된 이 대회가 돼서야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년 10개월 만에 거둔 통산 4승이다.

이번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317점·5위)와 상금 순위(4억7728만2619원·4위) 모두 상위 5위 안에 안착했다.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임희정은 "4승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이 없었던 1년 10개월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원형 탈모가 생길 정도다.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임희정은 "이 우승으로 모든 것이 씻겨 내려갈 것 같지는 않는다. 퍼트감이 불안했다"고 이어갔다. 이날 3라운드 종료 후 최종 4라운드 시작까지는 1시간 남짓 여유가 있었다. 퍼트감이 불안했던 임희정은 1시간 중 50분을 연습 그린에 투자했다. 나머지 10분은 허겁지겁 떡을 먹었다.

임희정은 2019년 이 대회에서 첫승을, 이날은 4승을 거뒀다. 그는 "그때는 태백 소녀가 뭣도 모르고 얼떨결에 우승한 것 같다. 3승을 하고 나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상위 10위 안에 들면 만족한다고 생각하다가, 우승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심적으로나 실력으로나 성장했다. 그때는 너무 떨렸고, 오늘은 마음을 잘 조절했다.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임희정은 다음 주 열리는 메이저 대회(한화 클래식)를 바라본다. 그는 "2019년처럼 상승 발판이 될 것 같다.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하고 싶다. 공격적으로 치겠다. KLPGA 선수들도 너무 잘 치고 있다. 버디를 하지 않는 이상 순위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임희정은 팬클럽(예쁜 사막여우)에 대한 감사함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첫승을 거둔 뒤 기자회견에서 별명이 '사막여우' 임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하이원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23개의 '임희정 응원 현수막'이 걸렸다. 이에 대해 그는 "인덕이 많다. 팬분들께서 기술적인 부분도 분석해주신다. 통계나 기록 같은 것 말이다. 엄마가 팬클럽 분들과 잘 지낸다. 소통이 되다 보니 열심히 응원해주신다. 항상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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