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이하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공판을 진행한다.
지난 13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문을 나설 당시 노타이(no-tie) 정장이었으나, 이 부회장은 이날 회색과 보라색이 섞인 자개 무늬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법원 앞에 나타났다. 지난 1월 18일 수감된 이후 급성 충수염(맹장염) 등과 독방 생활로 인해 13㎏이나 체중이 빠진 그는 출소 이후 한남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건강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의 여러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재판정으로 들어섰다.
이 부회장은 출소 당일에도 집으로 바로 향하지 않고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으로 향했다. 주요 계열사 경영진(CEO)들과 저녁 늦게까지 릴레이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조속한 경영 복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앞서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구치소 앞에서 취재진에게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도 잘 듣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며 향후 의욕적인 행보를 시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취업 제한 논란 속에서 이 부회장은 숨 고르기를 하며 당분간 후방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챙기는 ‘은둔의 경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취업 제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취업제한 적용을 받는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여론이 상당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날 성명을 내 “보수를 받지 않고 미등기 임원이라서 법 위반이 아니라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면서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규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승인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현재로선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을 두고 “취업이라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취재진에게 “이 부회장은 몇년째 무보수이고 비상임, 미등기 임원”이라며 “주식회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서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그렇기 때문에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면 취업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으냐”라면서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제가 제한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O), 엑스(X)로 답을 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