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 등 유동성공급자(LP)에게 지급했던 지원금 제도를 폐지한다. 최근 국내 ETF 상장 종목 수가 500개를 돌파하고 종류도 다양해지는 등 양적·질적으로 성장한 데다 LP 수도 늘어나는 등 지원금 제도 운영 효과가 예전에 비해 줄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현재 ETF LP인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지원금 제도 폐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ETF LP는 ETF 매수 및 매도 호가의 시장 스프레드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유동성을 공급한다. 현재 ETF LP로 등록된 증권사는 총 27곳으로 최근에는 신영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이 추가됐다.
거래소가 ETF LP에 대한 지원금 지급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약 10년 만이다. 거래소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ETF LP에 지원금을 지급해왔다. ETF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LP 간 경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의무호가 이행 수준을 비롯해 호가 수량, 호가 스프레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등급에 따라 분기별 한도 내에서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LP가 거래소에 납부한 ETF 매매 수수료에 대해서만 지원금을 지급했으나 2014년부터는 시장 기여도에 전체 한도 내에서 일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지원금 지급 한도는 전체 8000만원이었으나 2015년 말부터 1억원으로 상향됐다.
거래소가 ETF LP 지원금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제도 도입 이후 ETF 시장이 성숙한 반면 지원금을 통한 ETF 시장 유동성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비인기 ETF 등 저유동성 종목에 대한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목적 중 하나였으나 효과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지원금과 저유동성 종목 비중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지원금이 늘어도 오히려 저유동성 종목은 증가하는 등 지원금 효과보다 ETF 시장 상황에 따라 저유동성 종목 증감이 나타나는 모습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ETF LP가 늘어나면서 LP마다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줄어든 것도 제도 폐지 결정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지원금은 분기 중 20거래일 이상 LP 호가를 제출한 LP 중 거래소가 LP별 등급 및 내부 평가 요소를 반영해 지원금 한도인 1억원 내에서 차등 지급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LP가 늘어날수록 지원금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LP 1사당 분기 지원금이 5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약 10년 만에 지원금 지급 제도를 폐지하지만 LP 역할을 하는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ETF를 출시하지 않았던 자산운용사도 상품 출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동안 LP 역할을 하지 않았던 증권사들도 LP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ETF 시장이 2002년 개설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데다 LP들도 관련 노하우를 쌓아 ETF와 관련한 다양한 수익을 얻고 있어 지원금 제도가 폐지돼도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ETF LP 지원금을 시장 추가 활성화 재원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ETF 시장 홍보 등을 꾸준히 진행해왔는데 지원금 제도가 폐지되면 해당 지원금을 시장 활성화 방안을 위한 재원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