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이오)의 코로나19 백신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상용화될 전망이다. 최근 모더나가 8월 국내 백신 공급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고 발표하는 등 외국계 백신 수급 사정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어서 국산 백신이 상용화될 경우 백신 수급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현재 SK바이오 외에도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등 여러 국내 업체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만, 해외 백신 제조사에 비해 지원이 열악해 개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1일 식약처에 따르면, SK바이오는 내년 1분기에 코로나19 백신 'GBP510' 임상 3상 임상시험에 대한 중간분석 결과를 가지고 품목 허가를 신청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BP510에 대해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재조합 단백질 백신'이라는 점에서 임상 3상의 긍정적 결과와 상용화까지 기대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SK바이오의 백신은 재조합 단백질 백신인데, 이 백신은 우리나라에도 개발 노하우가 있는 기술"이라며 "실패보다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 수급난 해소는 기본, 부스터샷 물량 확보도 유리
지난 9일 모더나는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의 여파로 8월 한국 코로나19 백신 공급량을 계약된 850만회분보다 절반 이하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방역 당국은 백신 수급 문제로 불가피하게 모더나 백신을 포함한 mRNA 백신의 접종 간격을 기존 4주에서 6주로 2주 연장하도록 접종 계획을 변경했다. 외국산 백신에만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가 이번에 또다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SK바이오의 GBP510이 내년 상반기 상용화될 경우 이 같은 수급 문제를 해소하고, 해외 백신에 의존하는 한계도 극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SK바이오의 안동 L하우스(공장)의 연간 생산량이 5억 도즈다. 산술적으로 연간 2억5000만명분의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국내 인구가 현재 5000만명이니까, 인구 5배 물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국내 3차 접종, 부스터샷에 필요한 물량까지도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과 교수도 "국내에서 백신이 생산된다면 백신 수급의 활로가 트일 것"이라며 "백신 수급 불안정성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산 코로나 백신 10개 임상 진행 중
SK바이오 외에도 현재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10품목이다. 지난달 22일 HK이노엔이 식약처로부터 재조합 단백질 백신인 'IN-B009'에 대한 임상 1상 계획서를 승인받으면서 10품목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재조합 단백질 백신 5개 △DNA 백신 3개 △바이러스벡터 1개 △RNA 백신 1개다. 다만 SK바이오의 백신 외 다른 국산 코로나19 백신은 대부분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넥신은 DNA백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GX-19N'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처음으로 임상 2상에 진입했다. 현재 진행 중인 2a상 투약을 마무리했으며 중간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진원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DNA 백신 'GLS-5310'은 최근 임상 2a상에 진입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연내 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조건부 허가 등 상업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유바이오로직스는 유전자재조합 항원을 이용한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으로 지난 6월 임상 2상에 진입했다. 국내에서 유일한 바이러스 벡터 방식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셀리드는 임상 2a상 투약을 완료하고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송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 "SK바이오 외 다른 기업들도 기대해볼 만하다. 임상 1-2상에 진입한, 가성비 좋게 백신을 개발 중인 업체들이 있다"며 "국내 개발사들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해외 제약사에 비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한계로 물리적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