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6%(1300원) 내린 8만200원에, 삼성전자우는 같은 기간 1.07%(800원) 하락한 7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들 종목은 전일 시간외거래에서도 각각 0.37%, 0.27% 상승에 그쳤다.
원익IPS, 이오테크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도 하락 곡선을 그렸다. 반도체 장비 관련주로 분류된 원익IPS는 전 거래일 대비 2.28%(1150원) 하락한 4만9350원에 마감했다. 반도체 후공정 관련주로 알려진 이오테크닉스도 같은 기간 2.4%(2900원) 하락 마감했다.
앞서 삼성전자를 위시한 관련 종목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재료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이 부회장이 수감 기간 동안 크게 떨어진 반도체 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앞서 미국의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가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전날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주가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면서 증권가는 "나쁜 업황 전망이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물가격 하락세는 업황 악화의 전조"라고 설명했다. 현물가격은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다. 현물가격이 하락하면 고정거래가격도 따라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시간이 흐르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나빠질 거라는 의미로 읽힌다.
송 연구원은 "최근 현물가격이 큰폭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주력제품인 8기가비트(Giga bit) DDR4(Double Data Rate 4)는 최근 고정거래가격을 뚫고 내려왔다. 언택트 수요의 둔화가 영향을 준 결과"라면서 "이런 부분을 주가가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증권가는 향후 이 부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지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송 연구원은 "시장은 이 부회장의 투자 확대나 M&A 계획에 귀를 기울이겠지만, 투자 관련 메시지는 주가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 관련보다는 삼성전자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대형 M&A가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 아날로그 반도체 등 비메모리 아니냐"면서 "이런 부분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적절한 가격에 NXP 인수를 단행한다든지 하면 시장 분위기가 크게 반전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메모리 쪽 투자를 늘리는 것은 주가에 부정적이다. 그만큼 공급이 늘어 수급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비메모리 쪽 투자는 이미 확정됐고 구체적인 내용만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가엔 중립적일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