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라운지] 굵직한 금융 현안마다 등장…매의 발톱 드러낸 고승범 금융위원장

2021-08-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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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서는 합리와 균형 중시하는 성향 이유로 중도파로 분류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이날 가계부채와 가상화폐 대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사람들은 그를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불렀다.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왔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그를 중도파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들은 통화 완화나 통화 긴축에 대해 특별한 선호를 드러내기보다 합리와 균형을 중시하는 인물이라는 분석을 보탠다. 하지만 최근 고 내정자가 매파적 성향을 자주 드러낸 것은 사실이다.
지난 5일 새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고승범(59)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금융위원장 후보로 내정된 고 후보자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단기간에 매파로 분류되는 인물은 아니다. 그는 이전부터 꾸준히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

고 후보자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오찬간담회를 했던 2018년 7월 18일로 가보자. 그는 이날 ‘금융안정의 중요성’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가계부채를 통화정책으로도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당시 고 후보자는 “가계부채는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도 가계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물가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금융안정 이슈를 지속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0%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고 내정자는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매파적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당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금통위에서 고승범 위원이 0.25%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통찰력은 굵직한 금융 현장을 거치며 완성됐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등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금융위에서 일하던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사태는 부산저축은행 등 여러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집단으로 영업정지된 사건이다.

당시 금융당국의 입장은 그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2011년 연말 저축은행 PF 부실이 논란이 되면서 금융당국의 관리 미비가 도마에 올랐다.

이때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이었던 고 내정자는 브리핑을 통해 “잘 아시는 대로 부동산경기 악화에 따른 PF대출 문제 등으로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그동안 대주주 증자, 인수합병(M&A)을 비롯하여 PF대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매각 및 이들 저축은행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통해서, 부실 우려가 가시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앞으로도 캠코의 구조조정기금 조성, 예보공동계정 등을 통해서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라며 금융당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고 후보자는 지난 4년 금통위원 경험으로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한국은행 역사상 최초로 금통위원을 연임한 기록도 갖고 있다.

고 후보자는 한은 최초의 첫 연임 금통위원이라는 이색 경력 이전에 정통 경제관료로 분류된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무부 국제금융국,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을 거쳐 금융위에서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을 역임하는 등 금융정책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관료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자 굵직한 금융 현안마다 업무를 담당했던 고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기대는 크다. 지난 5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사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재임 중인 금융전문가로, 금융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고, 최초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연임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전문성과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시경제와 금융 전반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경제·금융 위기 대응 경험 등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대응 금융 지원, 가계부채 관리, 금융산업·디지털금융 혁신, 금융소비자 보호 등 금융 현안에 차질 없이 대응하고, 기획재정부 등 관계 기관과의 긴밀한 소통·협력을 통해 우리 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 후보자 역시 막중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고 후보자는 지난 6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과 만나 “경제 민생 관련해서 침체되는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된 것 같아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계속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 시절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내는 등 매파적 성향이 금융위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소수의견은 통화정책 관련해서 소수의견인 것이고, 가계부채 관리 관련해서 거시건정성 정책은 금융위에서 수행해 왔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금융위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수립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새로 추진해 온 정책들도 있다. 말씀드린 대로 철저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음 달 종료되는 소상공인 채무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에 대한 3차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실물경제·방역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9월까지니까 좀 더 상황을 보면서 방안을 만들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소개된 고 위원의 약력이다.

1986년 재무부 국제금융국,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등 근무
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 은행감독과장
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 감독정책과장
2007년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
2010년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2012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2013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2015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2016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금융위원회 위원장 추천)
2020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연임, 한국은행 총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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