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돤융핑(段永平) 부부가오 회장이 4일 본인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뉴욕 OTC(일종의 장외거래시장)에서 텐센트(TCEHY) 지분을 대거 확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중국 증권 매체 증권시보가 이날 보도했다.
이는 돤 회장이 약 3년 만에 텐센트 지분을 대거 매수한 것이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매수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돤융핑 회장은 2000년대 초 중국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투자 차익을 내 '중국의 워런 버핏'이라고 평가받는다. 그의 뛰어난 투자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중국 2위 게임사 넷이즈(網易·왕이)가 대표적이다. 미국 증시 상장사였던 넷이즈가 닷컴버블 붕괴 이후 주가가 바닥을 찍고 있을 때인 2002년 200만 달러(약 22억원)에 지분 5%를 사들였다. 당시 넷이즈 주가는 주당 16센트 수준이었다. 이후 그는 넷이즈 주가가 40달러까지 올랐을 때 지분 대부분을 매도, 대규모 차익을 냈다.
2006년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의 점심식사 경매에서 당시 역대 최대 금액이었던 62만100달러에 낙찰돼 버핏 회장과 실제로 만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당국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수 차례 벌금도 부과받은 데다 또 지난달엔 중국 당국 규제로 텐센트 산하의 게임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후야(虎牙)와 더우위(鬥魚)의 인수·합병이 어그러졌고 음악 스트리밍 독점권도 포기할 위기에 직면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중국 관영 언론이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비난, 게임 산업이 중국 당국의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투매 물량이 쏟아지기도 했다.
텐센트의 주가는 올 들어 내리막을 걷고 있다. 홍콩증시에서 주가는 앞서 2월 고점 대비 약 40% 폭락한 상태다. 특히 관영매체가 게임산업 규제 강화를 촉구한 지난 3일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는 전 거래일보다 6.11% 급락한 주당 446홍콩달러로 장을 마쳤다.
주가 급락세에 텐센트의 주가수익비율(PER)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4일 기준 텐센트의 PER은 20.7배로, 최근 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증권시보가 전했다. 지난 10년간 텐센트의 PER은 40배에 달했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표 기술주의 주가를 반영한 항셍테크지수(HSTECH)의 PER이 36배라는 걸 감안하면 텐센트가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게 증권시보의 분석이다.
한편 주가 급락세에 마화텅 텐센트 최고경영자(CEO)의 재산이 최근 9개월 동안 16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마화텅의 재산은 3일 기준 458억 달러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핀테크(금융기술)기업인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중단된 이후 현재까지 약 140억 달러 줄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