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활에서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오겠습니다.“
남다른 각오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출전한 한국 레슬링 간판 류한수(33·삼성생명)가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류한수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 있다. 규정에 따라 엘 사예드가 결승에 오르면 패자부활전 진출권을 얻어 동메달 획득을 노릴 수 있다. 엘 사예드가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 류한수는 올림픽에서 완전히 탈락하고 한국 레슬링은 이번 대회를 노메달로 마친다.
류한수와 함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그레코로만형 남자 130㎏급 김민석(28·울산남구청)은 지난 1일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한국 레슬링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양정모), 동메달 1개(정해섭)를 따낸 후 매 대회 메달을 목에 걸었다.
엘 사예드와를 상대로 경기 초반 흔들렸다. 류한수는 경기 시작 20초 만에 메치기를 당해 4점을 내줬다. 이후 그라운드 기술로 2점을 더 내주며 0-6으로 끌려갔다.
수비를 가다듬은 류한수는 경기 중후반부터 힘을 냈다. 경기 종료 1분 20여 초를 남기고 태클에 성공해 2점을 얻어 2-6으로 추격했다.
류한수는 더 큰 기술로 판단해 챌린지(비디오판독)를 신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1점을 잃었다.
류한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1분 7초를 남기고 다시 태클을 성공해 1점을 올려 3-7로 추격했다.
이때 상대 선수는 챌린지를 신청했고, 판정이 뒤집어지지 않으면서 류한수가 한 점을 얻었다.
4-7로 앞선 류한수는 계속 상대 선수를 밀어붙였다. 16초를 남기고 태클을 성공해 6-7로 추격했다. 하지만 끝내 동점을 만들지는 못했다.
류한수는 경기 전부터 운이 없었다. 대한레슬링협회에 따르면 올림픽 해당 체급 출전 선수가 기존 16명에서 17명으로 한 명 늘어나면서 두 명의 선수가 32강 격인 사전 경기를 치러야 했다.
사전 경기를 치르는 두 명의 선수는 추첨으로 뽑았는데, 류한수가 경기를 뛰어야 하는 선수가 됐다.
류한수는 1라운드 상대인 압델라멕 메라벳(알제리)을 8-0 테크니컬폴승으로 꺾었지만, 체력 소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도쿄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그 어느 때보다 험란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레슬링 대표팀은 지난 3월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출국길에 올랐다가 해외에서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최악의 상황 속에 한국 레슬링은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단 2장 획득하는 데 그쳤다.
정상적으로 훈련을 하지 못했고 심리적으로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류한수는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