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바이두, 텐센트, 메이퇀 등 중국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이 줄줄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올 들어 중국 당국이 핀테크, 전자상거래, 데이터보안, 음식배달, 사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전방위로 규제를 쏟아낸 터라 중국 빅테크 실적에 더 이목이 쏠린다.
알리바바 매출 35%대 증가 전망···규제 리스크 걷힐까
우선 중국 반독점 규제의 첫 타깃이었던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가 3일(현지시각) 실적을 발표한다.
정보제공업체 팩트셋은 알리바바의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8% 늘어난 2091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 중 특히 핵심 전자상거래 사업 부문 매출액은 1836억 위안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중국 양대 쇼핑시즌 중 하나인 6·18쇼핑데이 매출이 반영된 덕분이다.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쇼핑몰 티몰은 올해 6·18 쇼핑데이 거래액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18일 자정부터 1시간 동안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배로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실적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유세프 스퀄리 트루이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진 가운데서도 알리바바의 올해 6·18 실적은 고무적이었다"며 2분기 실적 기대감을 표했다.
그간 알리바바를 둘러싸고 있던 규제 리스크가 차츰 걷힐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알리바바는 앞서 3월 반독점법 위반으로 중국 반독점 사상 최대 벌금액인 182억2800만 위안(약 3조원) 과징금을 물었다. 이로 인해 1분기 64%라는 양호한 매출 증가세에도 54억7900만 위안의 순손실을 냈다.
애런 케슬러 레이먼드 제임스 애널리스트는 투자 메모에서 "투자자들은 규제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지만, 최근 새로 나온 규제 대부분이 알리바바 사업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리바바 주가는 규제 리스크 우려 속 올해 들어서만 홍콩증시에서 약 17% 하락한 189홍콩달러에 머물고 있다. 그래도 대다수 기관들은 알리바바 주가 목표치를 250~300홍콩달러로 잡으며 알리바바의 사업 펀더멘털에 자신감을 실어주고 있다.
투자은행 베어드 애널리스트인 콜린 세바스찬은 최근 보고서에서 (2분기 실적 발표로) 알리바바 사업 펀더멘털이 대체로 온전하다는 것이 입증되면 규제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최근 들어 중국 전반적으로 소비 회복세가 더딘 만큼 알리바바의 실적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전체 소매판매 증가율은 13.9%로, 1분기 33.9%와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2분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시나재경망에 따르면 중국 국내외 증권사 11곳이 전망한 알리바바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순익 평균치는 385억85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약발 떨어져···텐센트, 순익 한 자릿수 증가 전망
텐센트는 오는 1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중국 국신증권은 텐센트의 2분기 매출이 1383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일반회계기준 순익은 8% 증가한 325억 위안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텐센트 주력사업인 게임사업 매출이 433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1분기 17% 증가율에서 더 둔화한 것이다.
지난해 실적은 텐센트가 인수한 슈퍼셀 실적이 재무제표에 반영된 데다가, 게임사업이 코로나19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텐센트 게임사업 부문은 지난해 1~3분기 증가율이 모두 60%대를 웃돌았다. 올해는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해 매출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그래도 최근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는 핀테크 및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402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실 텐센트도 올 들어 규제 칼날을 피해가진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수차례 과징금을 물었으며, 그동안 추진했던 게임 동영상스트리밍 플랫폼 인수합병도 수포로 돌아갔다. 알리바바의 금융회사 앤트그룹처럼 텐센트도 위챗을 기반으로 한 핀테크 사업 부문에 대해 금융지주회사로 개편할 것을 요구받기도 했다. 이에 홍콩거래소에서 텐센트 주가는 올 들어서만 18% 넘게 빠졌다.
중국 또 다른 인터넷기업 바이두와 메이퇀도 각각 이달 12일, 19일에 2분기 실적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중 중국 최대 음식배달앱인 메이퇀은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 당국의 두 번째 반독점 조사 타깃이 된 상황이다. 시장은 중국 음식배달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한 메이퇀이 알리바바만큼이나 무거운 벌금을 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메이퇀은 앞서 1분기 매출이 37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9%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적자는 3배 증가한 48억5000만 위안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