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0년 안에 좋은 치매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치매DTC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인 박기덕 박사가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인류가 아직 극복하지 못한 대표적인 불치병인 '치매' 치료제가 이르면 20년 내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박 박사는 이어 "치매를 포함한 퇴행성 뇌잘환은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근원적인 약물 치료제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오랜 기간 많은 연구를 통해 치매가 왜 발생하고, 발병 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많이 연구됐다. 현재 임상에 돌입한 약물이 지난해 기준 129종이다. 계속 임상을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약물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박사는 "아두카누맙은 기존의 다른 항체치료제와는 달리 뇌에 뭉쳐져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응집된 덩어리) 자체를 타깃으로 했다"며 "그래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한 차례 실패 후 다시 시도해 지금 조기 승인을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국내 치매 치료제 분야 대표적인 연구자다. 그는 지난해 3월 척수손상 및 뇌졸중 치료제 기술이전 성과를 인정받아 이달의 KIST인 상(賞)을 받기도 했다.
박사학위 당시 미국에 '박사 학위 후 연구원'으로 갔고, 거기서 뇌질환을 처음 접하면서 이 분야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과거 간질로 불리던 '뇌전증' 치료제와 관련해 5년간 연구·개발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뇌질환 연구를 결심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KIST 뇌과학연구소에 들어갔다. 그는 "뇌질환 치료제가 다른 치료제보다 개발하기 상당히 어렵고, 미충족 수요가 굉장히 높다"며 자신이 뇌질환 치료제 연구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박 박사는 현재 국내 바이오기업 '뉴로바이오젠'과 알츠하이머병의 신경 퇴화 및 인지 장애를 근원적으로 개선하는 후보물질 '세레마비'를 개발 중이다. 박 박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주된 증상 중 하나인 기억력 및 인지장애가 발생하는 원인 경로를 밝혀냈다. 환자의 뇌에서 반응성 교세포가 과하게 생성되면 '마오비(MAO-B)'란 효소가 과발현되고 이에 따라 기억력 저하나 인지 장애를 유발하는 억제성 신호전달 물질 '가바(GABA)'를 생성하고 분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세레마비는 치매의 원인과 직접 관련된 가바 과생성을 억제해 인지력, 기억력 개선에도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는 치매 동물모델에서만 효능을 확인했고, 빠르면 올해 하반기 중으로 임상 1상 시험 계획 승인(IND)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