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신분증 소지해야 은행업무 가능?…없어도 되는 시대 온다

2021-08-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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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DBS은행제공)]

# 퇴직연금계좌 관련 업무를 보기 위해 은행 영업점에 방문한 직장인 A씨. 한참을 기다려 자신의 순서가 다가오자 창구로 향한 그는 은행 직원의 ‘신분증 달라’는 첫 마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은행 영업시간 내에 맞춰 오는 데에만 집중한 나머지 신분증을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A씨는 결국 하루 뒤 신분증을 챙겨 다시 영업점을 찾아서야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처럼 은행 직원들이 고객에게 ‘실물 신분증’을 요구하는 시대는 옛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이용자들의 불편함 해소를 위해 실물 신분증 대신 안면인식이나 장정맥 인증, 모바일 신분증 등을 통해 실명확인 절차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銀, '안면인식 활용 대면 실명확인' 내년 시행···부산은 QR로 '본인인증'

1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최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새로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이 서비스는 기존 대면 금융거래 시 본인확인을 위해 필수 지참해야했던 주민등록증 등 실명확인증표 원본을 안면인식 기술로 대체해 실명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비스가 시행되면 대구은행 고객은 QR코드를 통해 은행 모바일앱(IM뱅크)에 로그인 하고, 얼굴사진 촬영으로 실명확인을 대신하게 된다. 은행 전산시스템이 고객 안면인식 사진을 기존 신분증과 비교 검증하고 기존 신분증 진위 확인을 거치는 방식이다. 창구 상담직원도 육안으로 고객을 확인해 실명확인 정확도를 높일 예정이다.

그런가하면 BNK부산은행은 지난달 중순부터 QR코드를 활용한 ‘디지털 실명확인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금융실명법 특례 적용으로 실시하는 이 서비스 역시 고객이 영업점 방문 시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도 부산은행 모바일뱅킹으로 본인 확인 절차 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부산은행 고객은 휴대폰으로 영업점에 비치된 QR코드를 촬영하고 부산은행 모바일뱅킹 로그인을 통해 본인인증을 하면 된다. 인증이 완료되면 은행 직원은 기존에 고객이 제출한 신분증 스캔이미지를 통해 본인 확인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서비스는 부산은행 기존 거래고객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부산은행은 또한 오는 10월 중으로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서비스는 비대면 금융거래 및 접근매체 발급 시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해 실지명의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은행 직원과 고객 간 영상통화를 통해 비대면 실명확인이 이뤄졌다면 새로 선보일 서비스의 경우 은행 직원이 없어도 실명확인이 가능하다.
 
시중은행도 신분증 대체 본인확인 편의 제고 '시동'···"온·오프라인 업무 손쉽게"

시중은행들도 온·오프라인 금융거래에서의 본인확인 편의성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5월 '장정맥(생체인식)' 방식의 본인확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들은 개인마다 각기 다른 손바닥 정맥을 사전 등록하고 이를 인증하는 ‘NH손하나로 인증서비스’를 통해 영업점에서 통장, 신분증, 카드 없이도 출금과 해지, 잔액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만 19세 이상의 개인고객(미성년자, 외국인, 국내비거주자 제외)이 가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화상상담 기능과 안면인식·장정맥 등 생체인증 시스템을 갖춘 ‘YSL(Your Smart Lounge)’ ATM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신한은행 역시 YSL과 일부 영업점에서 장정맥 등 디지털 실명인증을 이용해 허용된 범위 내에서 금융업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신한은행 앱(App) ‘솔(SOL)’ 인증을 통해 출금과 같은 간단한 뱅킹업무도 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도 영업점 방문고객이 별도 신분증이나 카드 등을 지참하지 않아도 태블릿PC에 설치된 안면인식 기능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개발한다. 기은은 지난 상반기 자사의 오픈 이노베이션 테스트베드인 퍼스트랩(1st Lab)에서 이 기술을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한 결과 정확도가 높다는 판단을 마쳤다.

그런가하면 하나은행은 안면인식을 통한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안면인식으로 실명확인증표 사진과 고객이 촬영한 얼굴 사진을 대조해 거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로, 금융위는 이를 비대면 실명확인 방법 중 한 가지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도 올해 4분기를 목표로 자사 뱅킹앱인 '원(WON)뱅킹' 내 안면인식 모듈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모바일 신분증 시대 도래…관공서·은행 창구 등서 활용 가능할 것”

한편, 정부 또한 금융업무 등 다방면에서 활용될 ‘모바일신분증’ 도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3일 열린 ‘제25차 정책점검회의’에서 "정부가 반세기만에 '모바일 신분증 시대'를 열어 디지털 경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신분증 도입을 지능형 정부의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플라스틱 신분증에 대한 정보노출, 위변조 우려가 커지고 비대면·온라인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디지털 신원증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디지털 신원증명 분야가 2030년까지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3~6%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디지털 증명시대를 여는 첫 관문으로 올해 1월부터 모바일 공무원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모바일 공무원증을 통해 편의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한 후 내년 1월부터 모바일 운전면허증 제도를 시범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오는 2025년에는 모바일 신분증만으로 은행 등에서 신원증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우선 2~3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운영성과를 토대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국가유공자증, 장애인등록증 등도 추가할 계획"이라며 "모바일 신분증은 관공서, 은행창구 등에서 실물 신분증처럼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대면 은행계좌 개설 등 온라인 상의 다양한 서비스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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