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골목에 그려진 '쥴리 벽화'​···발끈한 야당+극우단체

2021-07-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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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관련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사진=송다영 기자.]

서울 종로구 한 골목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등장하자 일부 야당인사들이 '비방'이라며 법적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부 극우단체들은 차량을 동원해 벽화를 가로 막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어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의 벽화는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의 벽에 그려져 있다. 29일 서점 관계자에 따르면 그림이 그려진 것은 2주전부터로 1주일간의 작업기간을 거쳐 지난 주부터 완성품이 전시됐다. 벽화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3일전으로 SNS에 벽화 사진이 올라가고 난 뒤부터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생겼다. 28일 저녁부터 구경꾼들이 몰려들렸고 이 가운데에는 벽화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차를 끌고 와 골목길을 막아섰고 밤새 골목에 차를 세워뒀다.

29일 오전 8시 50분 기자가 벽화가 그려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중고서점에 도착했을 때에도 벽화는 볼 수 없었다. 전날부터 자리를 차지한 일부 보수 유튜버들의 차량이 벽화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송다영 기자.]


시민단체에서 나왔다며 서점 앞 상황을 유튜브로 중계하고 있던 한 남성은 "어젯밤부터 와 있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그림(벽화)이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나왔다"고 밝혔다.

자신의 트럭으로 길을 막고 있던 한 유튜버는 "나는 계란장수"라면서 "계란을 팔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트럭은 故박원순 전 시장 아들의 병역관련 의혹을 문제 삼는 게시물로 가득했다. 그는 트럭 앞에서 노래를 틀고 춤을 추며 가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골목이 유료 주차장으로 가는 진출입로라며 경찰이 퇴거를 요구하자 한때 차량을 옮기기도 했지만 이들은 "벽화가 철거될 때까지 차량을 이동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사진=송다영 기자.]

경찰의 요청으로 잠시 벽화를 가리고 있던 차량이 치워지기도 했는데 이 때 높이 2.5m, 길이 15m 규모의 벽화가 드러났다. 문제가 된 것은 벽화에 그려진 6개의 그림 중 2개다. 첫 번째 그림에는 금발인 여성의 얼굴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문구가 적혔다. 두 번째 그림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 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 서방 검사'라고 쓰여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서로의 협조 사항이 뭔지 밝히고 합의를 볼 것이다. 마냥 이럴 건 아니다. '벽화 철거'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거리에 있는 것) 있는 것이기 때문에 거리의 시위자들과 가게 측이 일차적으로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업을 준비하고 있던 서점직원들은 "언론의 공식적 인터뷰 요청은 다 거절한 상황이다. 벽화는 2주 전에 그린 것이다. 밤이 되면 종로 거리가 어둡고 우범 지역이다 보니 '분위기를 밝게 바꿔보자'해서 그림을 그리겠다고 생각한 거로 알고 있다. 벽화 완성 당시엔 아무도 관심이 없었는데 어제부터 사람이 밀려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차량으로 벽화 골목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한 서점 직원은 "시민의 자유를 존중한다. 가게와 골목을 오는 것에 대해서는 막을 수 없다.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정상 영업을 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표현의 자유 아닌 명백한 명예훼손" 발끈

해당 벽화가 세간에 알려지자 개인의 소유물인 건물 앞에 그림을 그린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과 명백한 '명예훼손'이므로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일부 야당 측 인사들은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벽화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용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전 원장은 페이스북에 "종로 어느 거리에, 윤석열 후보의 가족들을 비방하는 벽화가 걸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저질 비방", "정치폭력",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홍남기)부총리가 얼토당토않은 '공유지의 비극'으로 국민들 열불 나게 하더니, 윤석열을 비난하는 친문 인사는 종로 한복판에 억지스러운 '사유지의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본인 건물이니 무슨 그림이든 자유라겠지만, 야권 제1주자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잡스런 풍문을 기정사실화해서 벽화를 그려 불특정 대중에게 특정후보를 정치적으로 비방하는 행위는 사유지의 권리를 넘어 정치적 '횡포'이자 '만행'"이라며 "바로 옆 건물에 스피커를 달아서 이재명 지사의 형수욕설을 계속 틀고 벽에 여배우 스캔들을 풍자하는 벽화를 그리면 뭐라 할까? 야당 지지자들은 그따위 추잡하고 더러운 짓은 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하며 “이런 저질 불법행위에 대해선 여야를 막론한 모든 정치인이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후보 캠프 측은 최근 김건희 씨를 향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강경대응 할 방침이라고 지난 27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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