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 공조 부활] 4년 만에 마주앉은 한·미·일 외교차관...어떤 대화 오갔나

2021-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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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2인자' 웬디 셔먼 美부장관, 한·일 연쇄순방

3국 외교차관 협의회 열고 대북정책·중국견제 논의

25~26일 중국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양자 협의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1일 오전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권 시절이던 2017년 10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후 약 3년 9개월 만이며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한·미·일 외교차관이 4년여 만에 다시 마주앉았다. 지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시절 열리지 않았던 3국 외교차관협의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부활한 것이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일본·한국을 잇달아 방문하며 양국과 양자 및 다자 협의를 두루 개최했다.

셔먼 부장관은 이번 한·일 연쇄 순방을 통해 대중(對中) 견제와 북핵 문제 공조에 있어 한·미·일 3국 공조 방침을 거듭 공고히 했다.

24일 국무부에 따르면 셔먼 부장관은 25~26일 방중, 중국과도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왼쪽),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오른쪽),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가운데)이 21일 오전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일 외교차관, '대북정책·중국견제' 논의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셔먼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지난 21일 일본 도쿄(東京) 외무성 이쿠라(飯倉) 공관에서 만나 4년여 만에 3국 외교차관 협의를 재개했다.

3국 외교차관협의회는 지난 2017년 10월을 끝으로 열리지 않았다. 이번 협의회는 셔먼 부장관의 동아시아 순방 계기 미국 주도로 성사됐다.

미 국무부는 협의회 직후 성명을 내고 한·미·일 3국이 기후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 경제 회복 등에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또한 3국이 한반도 비핵화 완성을 향한 공통된 헌신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 위협에 대한 주의를 재확인하는 한편,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훼손하려는 행위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3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 유지 필요성도 강조했다. 미·중 전략적 경쟁 속 중국을 겨냥한 문구로 풀이된다.

협의회를 마친 뒤 셔먼 부장관은 한·일 외교차관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우리(한·미·일)가 대북 정책 접근을 함께하고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에서 이런 긴밀한 조율은 북한에 매우 중대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동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등에 대해서도 한·일 외교차관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런 현안은 미·중 갈등 속 중국이 민감히 여기는 사안들로 여겨진다.

일본 외무성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3자(한·미·일)는 최근 북한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미국의 정책 리뷰(재검토) 결과를 토대로 한 향후 방침을 면밀히 조율했다"며 "3자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동, 대만 해협, 미얀마 정세 등 지역 정세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향한 노력에 대해서도 의견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외교부는 보도자료에 한반도 문제와 지역 및 글로벌 정세 등 한·미·일 3국 간 공동 관심사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만 적시했다. 중국이 관련된 동·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관련 논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마치고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건·美셔먼, 반도체·5G 공급망 강화 논의

한·미 양국 외교차관 간 협의는 서울에서도 이어졌다. 최 차관과 셔먼 부장관은 지난 23일 바이든 행정부 이후 첫 외교차관 협의를 통해 북핵 문제 등 공통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셔먼 부장관은 전략대화를 마친 뒤 최 차관과의 약식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과 신뢰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하며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셔먼 부장관은 또 오는 25∼26일 방중 기간 북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소개하며 "확실히 중국은 (대북 문제에 대해) 이해와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확실히 (미·중 간) 협력 분야"라며 "중국 측과 만남에서 그 문제를 논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 차관 역시 이날 약식 회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과 조기 대화 재개를 위한 양국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 노력에 대해서는 "코로나 시기인 만큼 북한 측 화답을 저희는 끈기 있게 기다리려고 한다"며 "기다리는 동안 한·미가 여러 채널을 통해 공조할 부분들은 만들어 가고 있으니 북한의 조속한 답이 있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양 차관은 또한 이날 협의에서 반도체와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장비 등 핵심 기술의 공급망 강화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벌어지는 분야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마치고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중, 셔먼 방중 기간 北·이란·기후 등 논의"

한·일을 잇달아 찾은 셔먼 부장관은 몽골을 거쳐 25일 중국을 방문한다.

국무부에 따르면 셔먼 부장관은 25∼26일 양일간 중국을 방문해 톈진(天津)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 중국 관리들을 만날 예정이다.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견제 기조를 유지했고 이에 중국이 반발하며 미·중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무부 2인자 격인 셔먼 부장관이 방중하지만, 양국 간 입장 차를 좁히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의 이번 방중에 대해 "미국의 이익과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중국 관리들과 솔직한 교류를 하려는 계속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은 물론 중국의 행동에 심각한 우려가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양국이 셔먼 부장관 방중 계기에 논의할 주제로는 북한과 이란, 기후변화 등이 꼽힌다.

이와 관련,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에 관한 한 우리가 어느 정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말해도 무방하다"며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협력을 모색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방중은 향후 성사 가능성이 점쳐지는 미·중 외교장관, 정상 간 회담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어 주목받는다.

국내외 외교가에서는 오는 10월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그간 전화 통화와 화상 정상회의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촉했을 뿐 아직 대면하지는 못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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