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사건이 연일 회자되면서, 도대체 왜 그토록 뻔한 수법에 알 만한 사람들이 넘어갔는지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자기만의 생각을 적어둔 사람들도 많았는데, 기자는 과거에 읽은 에세이 한 권이 떠올랐다. 속임수에 당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무엇인지 분석한 글이었는데, 핵심이 명확하다. 욕망과 신뢰와 불안, 이 세 가지가 자극받을 때 사기를 당하게 된다는 것.
우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냥저냥 살던 사람도 욕망과 불안을 키우기 좋은 환경인 것 같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아침에 눈 뜨면 발제하고 오후 3시면 마감하고 마감하면 다음날 무슨 발제할지 고민하면서 3년 3개월간 내적 평화를 지켜온 기자부터가 달라졌다.
그냥저냥 일한 만큼 벌고 월급 날에 플렉스 한 번씩 하는 걸로 족했는데, 그렇게 지낼 동안 A매체 B모 기자는 주식(가끔 코인)으로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작년에 주식(코인)으로 돈을 못 벌었으면 바보라고 한다. 이런 얘기를 여러 번 듣고 있자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내 삶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그냥 그렇다. 당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쫓기는 기분. 이것들은 기자의 불안을 자극하고 뭔가를 욕망하게 한다. 뒤쳐진 만큼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 시야도 다소 좁아졌다.
폰지사기라는 말이 알려진지는 벌써 백년 정도 됐다. 사기 수법은 특별히 더 교묘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하는 사람은 계속 나오고, 그 수효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당하고도 모르나", "바보 같은 것들"이라는 언어로 치부해버리면 그뿐일까. 무엇이 그들의 욕망과 불안과 신뢰를 길어올렸을까. 우리는 과연 그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