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본격적인 대선 경선 모드로 접어든 가운데,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부동산 공약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패로 부동산값 폭등이 꼽히는 만큼, 부동산 분야의 공약이 이번 대선의 중요한 승부처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본경선이 시작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은 ‘토지공개념’과 같은 ‘규제’에 방점을 둔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위헌적인 요소가 많아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낙연 ‘토지 공개념 3법’ 이재명 ‘주택관리매입공사’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내 삶을 지켜주는 개헌, 추진하겠다”며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함으로써 불로소득을 부자들이 독점하지 못하게 막자”고 했다. 이어 “개헌은 이번 대선 과정에 후보들이 공약하고, 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바로 추진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고 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을 대표발의했다. ‘택지소유상한법’은 법인의 택지 소유를 회사·기숙사·공장 건립 목적으로 제한하고, 개인의 택지 소유에 상한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개인 택지 소유 상한을 400평으로 설정하고, 5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 600평까지 예외를 인정하겠다고 했다.
또 개발이익환수법을 개정, 환수 부담률을 50%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이 전 대표는 “환수 부담률이 최저 100분의20까지 감소하는 등 법 제정 이후 지속해서 후퇴했다”며 “법 제정 당시 수준인 100분의5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거지 인근에 인프라 구축 등 새 사업 발표 시행으로 집값이 크게 뛸 경우 이 개발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거둬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종부세법을 개정해 유휴 토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기업의 유휴 토지가 정상적인 지가 상승분을 넘을 경우 초과 상승분의 최대 절반에 가산세를 부과하겠다는 설명이다.
‘토지공개념’은 과거 노태우 정부 당시 도입됐으나 위헌 판결이 난 바 있다. 노태우 정부는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1기 신도시를 건설하는 동시에 택지소유상한법(서울 등 6대 도시 소유 택지 면적 제한), 토지초과이득세법(개발이익 세금 환수) 등 카드를 꺼내들었다.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한 법안인데, 1998~2004년 사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폐지됐다. 이 전 대표의 ‘개헌’은 위헌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동산 공약 역시 규제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주택가격은 한국의 경제력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다”며 “주택관리매입공사(가칭)를 신설해 주택 가격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강력한 조세정책과 거래 제한으로 시장 상승을 억제하되 집값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매입공사가 주택을 매매해 임대주택으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실상 부동산 거래에 국가가 개입,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절하겠다는 구상이다. 주택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지사는 또 ‘기본주택’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공임대주택을 분양 조건 없이 대량 공급해 임대주택 보급률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는 “국내 주택 중 공공주택 비율이 수십년째 8%를 유지하는 것은 공공임대주택을 결국 분양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라며 “역세권에 전용면적 84㎡대 공공임대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면 10억~20억원을 내고 주택을 사려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토지공개념에 기반해서 지대개혁을 하겠다는 급진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전방위적 정책을 동원해 토지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부동산 양극화’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추 전 장관은 “토지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소수가 독점하는 게 문제”라며 “지대개혁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점진적으로 인상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까지 올려 부동산 가격을 정상화한 뒤, 신규 공급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 “위헌적 요소 상당히 많아··· 포퓰리즘 정책”
전문가들은 여당 유력 대선주자들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해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공급을 확충하고 시장의 기능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방향부터 잘못됐다는 것. 특히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이 많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정부가 규제를 강하게 해서 여기까지 왔다. 더 강화시키려면 근거가 있어야 할 텐데 근거도 없이 규제를 더 강하게 하면 된다는 식”이라며 “지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옳은데 조금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것 아니냐. 너무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대표의 토지공개념 3법 등을 겨냥, “위헌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다. 사회주의적인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택지소유상한법 같은 경우 노태우 정부에서 도입했다가 위헌 판결로 없어졌던 것”이라며 “그게 시장의 안정을 기할 것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빈부격차를 줄이는 차원에서 내놓은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런 조치가 시장 안정화엔 도움이 안 된다면서 “실질적으로 주택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를 믿고 기다릴 수 있게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시키고 진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 정책이 입주 물량으로 이어져야 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국을 국유화해서 사용권만 주면 모르겠지만, 토지공개념 같은 경우에는 많은 병폐들이 있어 위헌 판결이 났다.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도입이 어렵다고 본다”며 “그런데 이게 표가 된다. 너무 포퓰리즘적인 부동산 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했다. 서 회장은 “국가 공간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서 서울 같은 경우에는 고밀화시켜야 한다”며 “(개발 이익은) 세금으로 환수해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소유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서 회장은 “‘가진 놈 때려잡자’고 하면 표가 온다. 그래서 세금도 징벌적 과세의 성격이 너무 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임대주택의 90%는 민간이 공급한다. 그런데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를 규제하니 임대주택 공급이 안 되는 것”이라며 “정부는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복지에 힘쓰고 나머지는 일부 민간에게 맡기는 시장경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승민 “민간주택 대폭 공급”··· 홍준표 “대규모 재개발”
반면 범야권 주자들은 시장의 기능 복원에 초점을 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로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규제에 방점을 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전면적인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4일 ‘희망사다리’ 주택공약을 발표했다. 유 전 의원은 “수도권 민간주택 100만호를 최대한 빨리 공급하겠다”며 “신도시 건설보다는 기존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서울과 외곽도시들의 용적률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용적률을 400%까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에 공공임대주택을 50만호 건설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주거복지공사로 개편해 취약계층의 주거복지도 보호하겠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20~30대도 생애 최초 내집 마련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주택금융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80%까지 대폭 완화할 것”이라고 했다. 생애 최초 혹은 신혼부부에 대해선 개인당 2억원 한도 내에서 저리 대출을 하고 수도권 특별공급분도 확대하겠다고 부연했다.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선 임대차 3법을 폐지하고 민간임대주택등록제를 복원해 민간 임대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서울 강북지역 재개발을 대규모로 착수하면서 반값이 아닌, 현 시세의 4분의1 아파트를 공급하고자 한다”며 “아파트 분양을 완전 분양 아파트와 토지 임대부 분양 아파트로 이원화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평당 1000만원대 이하의 아파트도 가능하다”고 했다.
홍 의원은 “도심은 초고층 고밀도로 개발하고 부동산 개발에 장애가 되는 모든 법적 규제는 풀어줘야 한다”며 “다주택 소유자는 개인이 아닌 임대주택 법인으로 전환하여 임대료 인상제한, 엄격한 세원 관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교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기 소유의 집을 팔고 더 큰 집을 사려고 할 때는 양도소득세, 취득세를 대폭 감면해 집을 키워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