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성향' 이홍훈 전 대법관···"우리 시대 큰 어른"

2021-07-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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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적 성향…'법조 내 재야' 평가

[사진=연합뉴스]


유력한 대법관 후보였지만 수차례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로 꼽자, 그는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사했다. 그러다 60세에 대법관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35년 법관 인생을 마무리하는 날, 그는 대법관 퇴임사 맨 마지막 줄에 '법관 이홍훈'이라고 적었다.

이홍훈 전 대법관(사진)이 11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전북 고창 출신인 이 전 대법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4기로 수료했다. 1977년 서울지법 영등포지원 판사로 임관했으며,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도서관장,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을 거쳐 2006~2011년 대법관을 지냈다.

그는 재직 당시 '법조 내 재야'로 불릴 만큼 개혁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전수안·김지형·김영란·박시환 전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개혁적인 성향의 판결을 많이 내렸다는 평가다.

판사 시절 그는 "국가보안법에서 이적표현물 제작·배포 처벌 관련 조항은 국가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2011년 4월 22일 '4대강 사업 집행정지 신청'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그가 내린 신청 기각 반대의견은 법조계에서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다. 이 사건 주심을 맡았던 고인은 "환경문제가 포함된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미래 세대인 우리 자손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 될 환경이 오염되거나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4대강 사업 중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근로자 파업을 무조건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단순파업도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여겼던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판결이었다. 당시 이 전 대법관 등은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도 단순 파업을 업무방해죄 등으로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퇴임 이후에는 한양대 로스쿨 석좌교수와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화우공익재단 이사장, 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법인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또 2018년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설치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전관예우 근절 등에 힘쓰며 법조계 원로로서 활약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으며,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13일, 장지는 전북 고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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