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변해야 산다⑤] 결합상품의 진화...장례 행사 넘어 라이프케어 변신 중

2021-07-12 07:21
  • 글자크기 설정

상조 가입자 684만명 시대...선수금만 6조6600억

“파이 더 키우자”...교육, 실버, 여행 등 전방위 사업 확장

크루즈·안마의자 등 단순 결합서 생애주기 상품 구상

상조 산업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하반기 선수금 총액이 사상 첫 6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3월 말 6조6649억원을 기록하며 또다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4583억원(7.3%)이나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상조업체 가입자 수도 18만명 늘어난 684만명으로 집계됐다. 구조조정 이슈, 개별 기업의 도덕성 논란과 별개로, 상조업은 성장 산업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그래프=프리드라이프 제공]


상조업은 선수금을 매달 내 장례 행사를 대비한다는 점에서 보험업과 비교되지만, 상대적으로 산업 성숙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납입 선수금이 전액 부채로 회계 처리된다는 점과 함께 자산운용 전문성 부족, 영세·부실 업체가 많다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런 약점은 소가족·1인 가구 등 가족 구성원의 변동과 급격한 노령화, 장례문화 변화 등 사회적 요인이 상쇄하고 있다. 상을 당하면 일가친척은 물론이고 이웃사촌까지 장례를 돕던 문화가 조문으로 대체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5~6명의 자식이 부모의 장례를 치르던 과거와 달리 1~2명 책임져야 하는 상황은 상조상품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상조업체 등록 기준이 자본금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되면서 부실 업체가 정리되고, 상위권 업체 중심으로 선수금이 집중되면서 업계 전체적인 안전성을 쌓아가고 있다. 오너 경영이 주를 이뤘던 사업 형태도 다양화하고 있다. VIG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자금이 유입되면서 금융·보험권 인사가 상조업계에 투입 중이다. “상조업계는 진흙탕이다”라는 인식 때문에 소위 ‘여의도 전문가’들이 발을 들이기 꺼리던 과거와 또 다른 모습이다.

사회적·구조적 변화와 함께 주목해야 할 지점은 사업의 다양화다. 단기적 관점에서 상조 가입자·선수금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바로 결합상품이다.

결합상품은 ‘장례 행사+a’의 성격을 갖는다. 미래의 장례 서비스를 약속하는 동시에 당장 사용 가능한 안마의자를 제공하거나 크루즈 여행권을 함께 판매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상조 가입자 대부분이 50~60대 이상이라는 점에서 안마의자·크루즈 여행의 소비층과 겹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들어서는 그 성격이 완전히 변하고 있다. 특정 연령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결합상품이 이제는 어학연수, 웨딩, 신혼가전, 리조트 여행, 실버케어 등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상조 상품에 가입해 선수금을 완납하면 어학연수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고, 신혼부부가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상조 상품을 가입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행 상품 또한 크루즈 일변도에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호텔·리조트 이용권으로 확대하고 있다. 몇몇 업체는 죽음 뒤의 장례가 아닌 노년에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실버케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대명스테이션, 교원라이프는 각각 대명소노그룹, 교원그룹 내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결합상품을 일찌감치 늘려가고 있다. 대명스테이션은 상조 브랜드 대명아임레디 상품에 가입하면 웨딩, 골프,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원라이프 또한 웨딩·수연, 교육, 가전제품 등 계열사와 연계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선수금 1조원을 넘긴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도 장례 행사 이외의 신규 먹거리에 주목하고 있다. 보람상조는 지난해 말 노블레스 웨딩 브랜드 ‘봄팩토리’를 론칭했고, 프리드라이프는 올초 상조회사를 넘어선 ‘라이프 케어 컴퍼니 도약’을 선언했다.

김만기 프리드라이프 대표는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상품 기획력이 중요하다. 상조 상품이라고 하면 장례만 떠올리는데, 결혼‧여행‧건강 등을 매칭 가능하다. 지금은 가전제품 위주지만, 의료기기나 교육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합 상품의 다양화를 단순히 가입자·선수금 증가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조업계는 장례 행사의 전문성과 선수금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상태에서 생애주기별 상품 기획으로 ‘초결합 상조상품’ 시대를 준비하는 체질 개선 단계의 초입에 있는 것이다.

물론 가야 할 길은 멀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부실 업체와 수천억원의 선수금을 관리할 자산운용 전문가 부족 문제, 결합상품을 통한 가입자의 선수금 보전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결합상품, 만기 시 100% 환급 상품 등 과도한 마케팅이 가입자를 유인하고, 선수금을 늘린 측면도 없지 않다”며 “장밋빛 전망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고객 빼가기 등 고질적인 악·폐습을 없애고, 투명성 강화·전문 인력 채용 등을 통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