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中벤처캐피털은 왜 '샤오츠'에 꽂혔을까

2021-07-06 06:00
  • 글자크기 설정

'란저우라면' 이미지를 바꿔놓다···마지융·천샹구이·장라라

'샤오츠계 디즈니' 원허유 몸값만 100억 위안

나이쉐 밀크티처럼···샤오츠 상장 붐 대거 일까

중국 란저우라면 브랜드 '마지융' [사진=웨이보]


#지난 2019년 7월 설립된 중국 란저우라면 브랜드 ‘마지융(馬記永) 뉴러우몐(우육면)’. 최근 벤처캐피털 대기업인 세쿼이어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계획인데, 기업 가치만 약 10억 위안(약 1750억원) 이상으로 매겨졌다고 중국 온라인매체 완뎬레이트포스트(晚LatePost)가 보도했다. 마지융은 앞서 중국 벤처투자사 챌린저스를 비롯해 카이후이펀드, 가오룽캐피털 등으로부터도 줄줄이 투자를 받았다.

#중국 또 다른 란저우라면 브랜드 ‘천샹구이(陳香貴) 란저우우육면’과 ‘장라라(張拉拉) 란저우라면’ 브랜드에도 뭉칫돈이 몰려오고 있다. 최근에도 펀딩을 준비 중인데,  두 기업 가치는 각각 10억 위안, 6000만 달러(약 678억원)로 매겨질 것으로 예상됐다. 
'중화제일면(中華第一面)'으로 불리는 란저우라면. 중국 전역의 40만개에 달하는 국수집의 절반이 란저우라면집이라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골목가게 수준이라 딱히 내세울 만한 브랜드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란저우라면의 브랜드화·체인화 움직임 속에 돈이 밀려오고 있다.

란저우라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외면 받았던 '샤오츠(小吃)'에 최근 투자가 줄을 짓고 있다.  샤오츠,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분식이란 뜻이다. 최근 자촨(炸串, 튀김꼬치), 샤오카오(烧烤, 구이) 등 샤오츠 업체에 1000만 위안 대 이상의 투자금이 밀려왔다고 중국 온라인매체 제몐은 보도했다.
 
◆ '란저우라면' 이미지를 바꿔놓다···마지융·천샹구이·장라라
사실 그동안 중국에서 란저우라면 가게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비좁은 가게, 기름때 가득한 탁자, 음식 위로 날리는 파리 등 비위생적인 이미지였다. 하지만 최근 새로 등장한 란저우라면 브랜드는 이러한 구닥다리 이미지를 확 바꿔 놓았다.

마지융 매장에 들어서면 '깔맞춤'한 깔끔한 식탁과 의자, 앙증맞은 접시와 소스통, 물잔이 눈에 띈다. 손님들은 오픈형 주방을 통해 요리사가 면 반죽부터 면을 뽑고 삶고 조리하는 모든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란저우라면 브랜드 천샹구이와 장라라도 모두 깔끔한 이미지를 내세웠다. 언뜻 보면 일본식 라면집을 연상케 한다. 가격도 1인당 평균 소비액이 40위안 전후로, 중국 소비 수준을 고려하면 꽤 비싼 편이다.
 
◆ 중국 간판 샤오츠 브랜드로 성장할까···돈 냄새 맡은 벤처캐피털
마지융, 천샹구이, 장라라 모두 2019~2020년에 새로 세워진 란저우라면 브랜드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돈 냄새를 맡은 벤처 투자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향후 이들 업체가 중국 내 전국적인 체인 규모로 발전해 중국 샤오츠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셈이다. 

중국 맛집 리뷰 사이트 다중뎬핑에 따르면 지난 5월 초까지 마지융과 천샹구이의 전국 운영 매장 수는 각각 19개, 24개에 달한다. 장라라는 아직 매장 수가 4개에 불과하지만 현재 오픈 준비 중인 매장 수만 30개다. 천샹구이와 마지융도 각각 29개, 45개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향후 전국적으로 체인을 운영하는 란저우라면 체인 브랜드로 발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중국 루이관컨설팅은 현재 일본과 미국의 요식업계 체인화율이 55% 이상인 반면, 중국 요식업계는 8% 미만으로 전 세계 평균치(27%)보다 낮다며, 특히 란저우라면이 향후 대규모 체인화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중국 샤오츠 브랜드에 꽂힌 벤처투자금

◆ '샤오츠계 디즈니' 원허유 몸값만 100억 위안
중국식 튀김꼬치 전문점 콰푸자촨(誇父炸串), 충칭국수집 위젠샤오몐(遇見小面) 등도 최근 벤처캐피털로부터 수천만 위안대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제몐은 전했다. 

2018년 말 베이징에서 시작한 콰푸자촨은 이미 전국 60여개 도시에 진출해 600개 이상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 뉴욕,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 영국 런던에까지 매장을 확장했다. 콰푸자촨은 특히 중국 쇼트클립(짧은동영상) 플랫폼 더우인, 전자상거래앱 샤오훙수 등을 통한 온라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인지도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파른 확장세에 힘입어 최근 석 달 사이에 무려 두 차례 펀딩을 통해 약 1억 위안의 자금을 조달받았다. 여기엔 위웨캐피털(愉悅資本), 위안허웬뎬(元禾原點) 등 벤처캐피털이 참여했다. 

최근 중국 ‘샤오츠계 디즈니’라고 불리는 원허유(文和友)도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군침을 흘리는 샤오츠 브랜드다.

원허유는 창업주 원빈이 2011년 후난성 창사의 10㎡짜리 비좁은 가게에서 시작한 튀김 장사가 시발점이다. 이후 토스트, 국수, 샤오룽샤(민물가재) 등으로 영역을 넓혀 세를 불렸다. ‘샤오츠계 종합쇼핑몰’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배경이다.

특히 2019년 창사 때 오픈한 푸드코트 브랜드 ‘차오지원허유(超級文和友)’로 대박을 터뜨렸다. 수십여종의 먹거리 업체를 한데 모아놓은 이곳엔 매일 저녁 늦게까지 긴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였다. 올해 광둥성 선전에 신규 오픈한 매장은 오픈 첫날에만 6만명이 넘게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현재 B시리즈 펀딩까지 마쳤으며, 누적 자금조달액만 5억 위안이 넘는다. 세쿼이어캐피털, IDG 등 벤처캐피털 ‘큰손’들이 줄줄이 투자했다. 현재 원허유 기업가치만 100억 위안이 넘는다고 중국 온라인매체 36커(36kr)가 보도하기도 했다.
 
◆ 나이쉐 밀크티처럼···샤오츠 상장 붐 대거 일까
최근 중국인의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 업그레이드화, 애국소비를 뜻하는 '궈차오(國潮)' 열풍이 중국 토종 샤오츠 브랜드 발전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몐은 “벤처캐피털이 이처럼 샤오츠에 꽂힌 건 역대 처음일 것”이라며 “투자 횟수나 규모 면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펀드 매니저 장이판은 중국 온라인매체 차이나벤처를 통해 “샤오츠 브랜드에 투자해 지분을 조금이라도 얻으려고 벤처캐피털이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중국 식음료 브랜드가 잇달아 자본시장 입성에 성공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달 중국 밀크티 브랜드 나이쉐(奈雪)의 홍콩증시 상장을 시작으로 시차(喜茶), 미쉐빙청(蜜雪冰城) 등 밀크티 브랜드가 줄줄이 주식시장에 데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샤오츠 업계에도 밀크티처럼 주식시장 상장 붐이 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