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대만의 안보 상황이 일본의 안보와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하이노 클링크 전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
미국과 일본 정부가 중국의 대만 침공 상황을 가정하고 비밀리에 모의 전쟁 훈련을 진행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일본의 경우 대만과 자국의 안보 상황을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힘을 얻으면서 미국·일본·대만 3국의 군사·안보 협력을 가속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일본 관료 등 6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 정부가 중국과의 무력 충돌 상황을 가정하고 합동 워게임(모의 전쟁)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미국 행정부와 아베 신조 전 일본 내각 말기인 2019년부터 관련 계획을 수립했으며, 각각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이 이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또 신문은 양국이 대만을 중심으로 한 동중국해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중심으로 한 남중국해 인근에서 중국을 적군으로 가정한 워게임을 수행하고, 실제로도 이들 지역에서 합동 군사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15일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전투기 28대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에서 비행하는 등 최근 중국군의 대만 영해·영공 침범 상황이 빈번해지자 미·일 양국의 경각심은 대폭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향후 중국 당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 통일 작전을 수행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FT는 미국 행정부가 일본과의 합동 군사 활동 계획을 꾸준히 추진해왔고, 일본 정부 역시 이에 맞춰 자국의 군사력 증강과 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은 평화헌법 개헌을 당론으로 삼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방위 목적 이상의 군사력 보유를 제한하고 있는 평화헌법의 조항이 현재 자국의 안보 상황에 적절하지 않다는 근거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아베 전 내각은 평화헌법이 규정한 자위권에 대해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공동 참전하는 상황도 방위권에 해당한다는 확대 해석을 내놨으며, 이후에는 국민 투표를 통해 평화헌법을 완전히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당국은 미국 측에 대만에서의 전쟁 계획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 측은 이를 거절했고 양국의 군사·안보 협력 상황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최종적으로 대만에 대한 중국의 통일 전쟁에 대비한 공동 계획을 수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 2명의 소식통은 센카쿠 열도에서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재난 구조 훈련을 실시했는데, 향후에는 중국과의 전쟁 상황을 가정한 실제 군사 훈련으로 대체·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랜디 슈라이버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최근 행보는 여러 측면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적극 개입의 계기가 됐다"면서 "현재 양국이 수행 중인 재난 구조 훈련 중 상륙 작전과 같은 일부 훈련은 실제 (무력) 분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직접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1명의 소식통은 FT에서 일본 정부 내부에서 대만의 안보가 자국에 안보에 직결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미국과 대만 사이의 3자 정보 공유 협약을 시급히 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도 전했다.
다만, 소식통은 "현재 3국 사이에서 이와 같은 직접적인 군사 정보 공유 사례는 없으며 우발적으로 이러한 협약을 체결할 순 없다"면서도 "지난 2017년 아군 군용기 식별을 이유로 3국이 체결한 군용 항공기 코드 공유 협약은 향후 해당 협정의 근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FT는 "일본 방위성이 앞서 지난 2015년 한미동맹 강화를 계기로 '미·일 방위 협력 지침'을 개정한 이후 이를 꾸준히 갱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 국방부는 여기에 논평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침 갱신 내용에 대만과 관련한 이들 국가의 공동 행동 방침을 포함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