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인수에 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이 유력해졌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 M&A실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증권은 지난 25일 구속력 있는 입찰 제안(Binding Offer)를 받았는데,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했다.
이번에 매각되는 대상은 KDBI가 보유한 대우건설의 지분 50.75%로, 중흥건설은 인수가액으로 약 2조3000억원을 제안했다. 이는 또 다른 입찰 주체인 DS네트웍스 컨소시엄보다 5000억원가량 높은 수준이며 아울러 시장이 예상했던 가격 2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또한 경영권 프리미엄도 상당히 인정한 가격이다. 현재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이 3조4000억~3조6000억원임을 고려할 때, 중흥건설의 입찰가격 2조3000억원은 30~4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셈이다.
또한 중흥건설은 거래 완결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다른 인수·합병(M&A) 거래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대우건설 M&A의 거래 구조(Deal Structure)상 특히 딜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른바 '호반 트라우마' 때문이다. 2017~2018년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매각하려고 했을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빅베스(일시적 손실 인식)를 이유로 갑자기 M&A 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중흥건설의 자금 동원력과 인수 의지는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공시에 따르면 중흥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7789억원이다. 여기에 인수금융을 KB증권으로부터 제공받기로 하며 자금 조달 준비는 마쳤다. 게다가 중흥건설의 지난 3년 평균 당기순이익은 6004억원으로 자체 실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이다.
중흥그룹의 오너 역시 강력한 인수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3년 안에 대기업 인수를 통해 재계 서열 20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며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건설 등 해외 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정황들을 감안하면 KDBI가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중흥건설에 대우건설을 매각할 경우,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공적인 매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나 이번 대우건설 매각은 KDBI의 첫 번째 투자금 회수(Exit)라는 상징성도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중흥건설이 제시한 2조3000억원은 KDBI의 요구를 거의 맞춘 수준"이라면서 "중흥건설이 KDBI에 명분을 줬으니 KDBI가 화답할 차례"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