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의약계 귀주모태(貴州茅臺, 마오타이)라 불리는 '중국의 명약' 편자황(片仔癀)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반년 새 주가 상승폭만 70%가 넘는다. 편자황 알약 1개 가격이 우리 돈 10만원이 넘는데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서다.
◆ "1인당 2알" 구매제한령에도 "없어서 못 산다"
손님들은 매장에 입장하려면 모바일로 QR코드를 찍고 거주지·휴대폰 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1인당 구매개수는 편자황 정제 2알로 제한됐다.
심지어 편자황 구매 후 3~5일 후에야 비로소 재구매할 수 있도록 지침도 내렸다. 엄격한 구매제한령에도 불구하고 이날 개장 10분 만에 편자황 재고가 동이 났다.
베이징뿐만이 아니다. 중국 재경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전국 각지 편자황 매장에선 알약형 편자황 '구매제한령'이 내려졌다. 편자황 한 알당 정가는 590위안(약 10만원)으로 비싸지만 없어서 못 살 정도다.
온라인에서는 한 알당 590위안짜리 편자황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대다수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정가보다 두세 배 비싼 한 알당 900~1600위안에 팔고 있다. 심지어 일부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한 알당 3000위안에 팔기도 한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 500년 역사 '국가급 명약' 희소성··· 투기꾼도 등장
편자황은 해열, 해독은 물론 혈을 서늘하게 해서 어혈을 없애고, 부기와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다. 급성·만성 간염 치료 특효약으로 불리며, 종기, 자창, 타박상 등에 효과가 있다고도 알려졌다.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약품이지만, 워낙 인기가 있어서 암암리에 거래돼왔던 게 사실이다.
편자황 가격이 폭등한 데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작용했다. 우선 희소성이다. 편자황은 마오타이주처럼 아무나 만들 수 없다. 1555년 명(明)나라 황실에서 쓰던 약품으로 500년 역사를 지닌 명약이다. 중국 국가 중의약 1급 보호품목으로, 조제법은 국가 비물질 유산으로 등록돼 국가급 보호를 받고 있다.
편자황은 우황·사향·삼칠·사담 등 고급 약재 네 가지를 주요 성분으로 한다. 고급 약재를 사용하다 보니 구하기도 힘들어 공급량이 비교적 달릴 수밖에 없다.
특히 사향이 전체 제조비용의 55%를 차지한다. 그래서 편자황은 최근엔 자체적으로 사향노루를 인공 증식해 사향을 조달하고 있다. 현재 산시성에 1만 마리 이상 사향노루를 키워 연간 100㎏ 사향 생산량을 확보하고 있다.
류춘성 중앙재경대 부교수는 "편자황 조제방식이 국가급 기밀인 데다가, 최근 중국의 의료건강 수준 제고로 한 알에 590위안짜리 편자황이 '중의약계 사치품'으로 소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마오타이주처럼 편자황을 선물로 주고받는다.
게다가 편자황 가격 급등세에 투기꾼도 생겨났다. 알약형 편자황은 지난 2004~2020년 사이 모두 19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2004년 325위안이었던 가격은 현재 590위안으로 뛰었다. 앞으로도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기꾼들이 마치 재테크하듯 편자황을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편자황은 유통기한도 5년으로, 비교적 길다. 마오타이주 투기와 다를 바 없다.
◆ 주가도 고공행진··· 18개월 새 4배 이상 급등
편자황 품귀현상에 주가도 뛰고 있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초 100위안대에 불과했던 주가는 지난 24일 종가 기준 428위안까지 급등했다. 18개월 새 4배 이상 뛴 것이다. 시가총액도 2500억 위안을 돌파하며, 운남백약을 제치고 중국 중의약계 대장주로 떠올랐다.
편자황 판매가 늘면서 실적도 양호하다. 정제 편자황 판매량은 2016년 367만개에서 2019년 704만개까지 3년 새 갑절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65억11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13.78%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익은 21.62% 늘어난 16억7200만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