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정부 부처에 전문 인력이 부족해 아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리모델링을 다루는 부서는 있지만, 재건축 등 다른 정비사업과 함께 일원화돼 있고 전담 인력이 길어도 2년 주기로 교체돼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2021 아주경제 부동산정책포럼: 고개 드는 리모델링 시장,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논의' 패널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전담 부서 등 중장기적인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리모델링에 대해 정책 입안자나 인허가 기관의 이해도가 떨어진다. 재건축 시장의 대안이 아닌 독자적인 사업으로서의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 기관과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면서 "일관된 정책 추진을 위해 리모델링 제도 운영 등을 전담하는 부서 설치 등 중장기적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동훈 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회 위원장 역시 "리모델링 수요가 많아지면서 전문성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동안 사업이 부진해 과정을 습득할 기회가 많지 않아 리모델링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이라면서 "하루아침에 전문성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사업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사업추진 절차에 대한 규제 등 필요 없는 규제와 의무를 과감히 완화하고, 리모델링만을 위한 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주택법은 빠른 시간 안에 신규주택 공급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은 주거환경 개선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설정된 목표 자체가 다르다. 리모델링 등 사업 유형별로 독립된 법률을 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동훈 위원장도 "방법론으로는 관련 법령을 개별적으로 개정하거나 리모델링 특별법을 제정해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 리모델링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특별법 제정이 다른 안보다 현실적"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개선 방향으로는 세제와 금융 분야 인센티브 등의 방법도 거론됐다. 신 부장은 "투기가 아닌, 소유주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인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금융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리모델링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취득세 등의 세제와 금융 부분에서 혜택을 주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적으로 준공 15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은 600만여 가구에 이르지만, 조합을 설립하거나 예정하고 있는 단지는 5만여 가구에 불과하다. 이들 단지조차 추진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미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현황에 대한 의견도 이어졌다.
장윤배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처럼 공공사업으로 이뤄진 택지개발지구는 공공이 시행자로 들어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SOC 개선 방안, 개발이익 분배 문제 등이 담긴 '1기 신도시 재생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명수 성남시의회 의원은 "2016년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의 경주 지진, 2017년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지진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지진에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면서 "특히 1기 신도시 공동주택은 내진설계가 3~4 수준으로 적용돼 대규모 지진에 무방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후 공동주택의 내진 보강을 정부에서 해결하긴 어렵지만, 리모델링 사업 시 현행법인 5.5~6 수준에 맞춰 시공하기 때문에 내진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좌장 역할을 맡은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아파트가 아닌 노후 단독·연립 주택 등 소규모 저개발 지역의 리모델링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주거여건 개선이 가장 절실하지만,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해 소외되고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