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 100년]"한국과 서방, 중국 공산당 너무 모른다"

2021-06-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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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제 석학 류루이 교수 인터뷰

중국 붕괴론 폐기는 몰이해 결과

국무원 위 영도소조 개념도 몰라

習체제 공고 "내년 재집권 할 것"

美, 중국 인내력 테스트 그만둬야

류루이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


중국이 오는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떠들썩하다.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아시아의 병자'로 전락했다가 공산 혁명으로 1949년 신중국이 수립된 뒤 개혁·개방을 거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기까지 지난 100여년의 성과를 자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중국의 굴기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복잡미묘하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온 데 대한 평가와 중국식 권위주의 모델의 확산을 경계하는 심리가 공존한다.

최강대국 지위를 놓고 중국과 다투게 된 미국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한다. '중국 붕괴론'을 용도 폐기해야 할 상황에 놓인 서방 진영의 허탈감도 상당하다.

이에 대해 "중국의 도약을 예견하지 못한 건 공산당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을 주요 2개국(G2) 지위로 끌어올린 발상의 전환, '사회주의 시장경제' 이론의 대가인 류루이(劉瑞)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의 일침이다.

류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100년이 지났지만 활력이 넘친다"며 "공산당이 작동하는 방식을 모르면서 어떻게 중국의 정치와 경제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무원 대신 영도소조 주목해야

류 교수는 "세계적으로 100년 넘게 지속된 정당은 많지 않다. 구 소련도 70년 만에 쇠락했는데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노쇠화였다"며 "중국 공산당은 9000만명의 당원 중 60% 이상이 40대 이하"라고 소개했다.

그는 "젊은 당은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며 "중국 내 공산당의 지위도 여전히 견고하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 주장해 온 '중국 붕괴론'이 설득력을 잃은 건 중국 공산당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서서히 쇠락할 것으로 기대했던 탓에 공산당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했다"며 "한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전략적 연구 방향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에서조차 공산당 연구 성과들이 점차 줄어들다가 최근에는 관련 서적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며 "공산당이 정책을 수립·운용하는 시스템을 모르면 그에 대한 평가도 할 수 없는 법"이라고 부연했다.

류 교수는 정부에 해당하는 국무원과 공산당 내 조직인 영도소조의 차이를 거론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영도소조는 비공식 의사결정기구이지만 부처와 부문을 초월하는 권력을 갖고 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주목하는 건 국무원 등 정부 계통이지만 핵심은 영도소조"라며 "영도소조 구성원들이 중앙정부 핵심 부처의 일인자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중국 거시경제 운용의 주체인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재정부, 상무부 등의 상위 조직으로 중앙재경위원회(구 중앙재경영도소조)가 있는 식이다.

류 교수는 "중앙재경영도소조는 1980년대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 시절 설립된 이후 최고위 정책결정기구로 발전해 왔다"며 "중국 경제의 향방은 그들에게 물어야 한다"고 전했다.

외부의 비판과 별개로 시진핑(習近平) 체제는 아직 공고하다는 개인적인 의견도 피력했다.

류 교수는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할 당시 중국 공산당은 부정부패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지난 10년간 (부정부패 혐의로) 처벌된 성부급(장관급) 간부만 500명 이상이고, (한국의 정부 부처 과장급인) 처장급은 무려 30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진핑 체제에서 (반부패 척결과 정책적 성공을) 원하고, 이룰 능력이 있으며, 해낼 의지가 있는 관료 대오가 형성됐다"며 "내년 열릴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연임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루이 인민대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 전망에 대한 의견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


◆중국이 한국 발전 막으면 수용할 텐가

류 교수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수년 내에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0조 위안을 넘었는데 향후 15년간 연평균 4.7% 정도씩만 성장하면 2035년 200조 위안을 돌파할 것"이라며 "미국의 성장률은 2~3%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GDP 규모가 미국의 75%를 넘어선 만큼 시간이 흐르면 추월하는 게 당연하지만 단지 성장률에 기반한 계산법"이라며 "환율의 경우도 위안화 강세가 지속되면 추월 시점이 단축되고 약세로 전환하면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더 중요한 건 경제 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로 미국의 6분의1에 불과해 경제 총량으로 미국을 앞서는 건 별 의미가 없다"며 "경쟁력 부족을 만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기술 수준을 높이고 미국이 우위를 점한 분야를 어떻게 대체하고 균형을 이룰지가 GDP 성장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이 중국의 발전 전략에 제동을 거는 건 "너무 유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류 교수는 "중국이 발전을 원하는데, 이를 막는 것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이 크다"며 "한국의 발전을 중국이 막는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의 분업을 원한다면 수용 가능하지만, 중국의 추월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이에 대해서는 중국 고위층과 일반 국민 모두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류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 때보다 오히려 매서워졌다"며 "한국과 일본, 인도 등 다른 국가까지 끌어들여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탐색하는 게 미국의 목적인 것 같다"며 "미·중 관계는 대응과 맞대응이 이어지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냈다.

류 교수는 "최근 류허(劉鶴) 부총리와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통화를 하는 등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아직은 미국의 대중 정책 기조가 확정되지 않은 느낌인데 조만간 분명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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