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이중 변이주인 '델타 변이'(인도 발생·B.1.617.2)가 세계 각국에 확산하면서, 전 세계에 코로나19 재유행 경고등이 켜졌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힘입어 각종 방역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던 국가들이 델타 변이 확산세를 우려해 규제를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도 '마스크 벗고 일상 재개' 보류...잇딴 학교 집단 감염 탓
최근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다시 도입한 국가들엔 대표적으로 이스라엘과 영국이 꼽힌다. 앞서 이들 국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코로나19 접종률을 확대한 후 '일상 재개'에 박차를 가하던 중이었다.
20일(현지시간)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보건부가 학교와 공항을 비롯한 모든 실내 장소에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5일 이스라엘은 실외는 물론 항공기 내부를 제외한 실내 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전히 해제하고 '일상 복귀'를 선언했다. 이는 지난 3월 22일 세계 최초로 성인 백신 접종률이 60%를 넘어서며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 상태에 가장 근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학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가 다시 발생하며 하루 두 자릿수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전날 북부의 빈야미나 지역 2개 학교에선 44명, 지난 18일 중부 모딘 지역에 위치한 학교의 6학년 학급에선 1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대부분이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집단 감염에 취약한 어린이와 청소년층이 기존 원형 바이러스나 다른 변이주보다 전파력이 더욱 강한 델타 변이 확산세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보건 당국은 우선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역의 학교에 실외·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재도입하고 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을 독려할 예정이다.
아울러 '레드리스트'(입국자에 대한 격리 면제 제외국) 명단에 영국을 포함하는 등 자국 입국자에 대한 방역·격리 조치를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영국·미국, '자유의 날·코로나 해방일' 코앞에서 좌절
한편, 델타 변이 최대 확산지로 떠오르면서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하루 1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영국은 이미 지난 14일 봉쇄 조치 완전 해제 일정을 한 달가량 연기했다.
당초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총 4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봉쇄 완화 조치를 시행 중이었다.
그러나 델타 변이의 대규모 유입과 방역 조치 완화의 여파로 지난달부터 신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영국 정부는 '자유의 날'을 다음 달 19일로 연기했다.
이는 특히 영국 정부의 백신 접종 방침과도 관련이 깊다. 영국 정부는 올해 초 백신 물량이 부족하고 접종률이 빠르게 늘지 않자, 2회차 접종 간격을 최대한 벌리고 1차 접종 확대에 주력했다.
실제, 지난 18일까지 영국에선 전체 성인 인구의 62.87%가 최소 1번 이상 백신을 맞았지만, 2회차까지 접종을 마친 비율은 45.79%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봉쇄 해제를 연기한 약 한 달여 동안 시민들의 2회차 접종을 독려해 신규 확진자와 입원환자 비율을 대폭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코로나19 독립 기념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보수 성향의 시민들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지난달 30일 성인 인구의 50%를 넘어선 이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중순만 하더라도 하루 200만명에 달했던 접종자 수는 현재 하루 36만명까지 떨어졌으며, 이 중에서도 4분의1은 12~15세 청소년들이다.
지난 19일까지 미국인 성인 중 최소 1회 이상의 백신을 접종한 비율은 52.85%, 2회차 접종까지 마친 경우는 44.59%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중서부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현재 전체 감염자의 10% 수준인 델타 변이가 앞으로 몇 주 후인 8월 중엔 미국의 지배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와 언론은 정치 성향과 백신 접종 격차에 따라 '2개의 미국'(two Americas)으로 양분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