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해 장애인 금융접근성 강화를 위해 내놓은 여러 정책들의 시행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의 핵심인 장애인 단체와 소통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권과 장애인단체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음성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기능 개선, 장애인용 ATM 위치를 알려주는 모바일 앱 개발 등을 약속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각·지체장애 범용 ATM 확대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장애인 금융 거래와 관련해 물리적인 편의성 제고를 발표한 첫 사례다. 금융당국은 2010년부터 점자표시, 화면확대, 이어폰잭 등의 지원기능을 갖춘 장애인용 ATM을 도입했다.
또 금융당국은 장애인총연합회 및 관련 업권 협업을 통해 지도상에 장애인용 ATM 위치를 알려주는 모바일 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해당 단체들은 이 같은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장애인총연합회 관계자는 “(모바일앱 개발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발표는 했지만 우리와 논의를 했거나 현재 논의 중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관련 현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OTP 기능 개선도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는 현장방문 등을 통해 파악한 배터리 잔량 표시, 음성인식·볼륨·음성속도 개선, 내구성 강화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개선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관계부처 및 기관과 협력해 연내 연구·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으나 올 상반기에 뚜렷한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 초 현황을 다시 점검했다. 음성OTP 개선이 물리적인 시간 등이 소요되는 작업이다”라며 “국민은행 등이 음성OTP 발송을 위해 택배사와 협의 중이고, 추가적으로 하반기 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수의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음성 OTP가 기술적인 문제로 단기간에 개선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10개월이 넘도록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각 은행의 노력으로 디지털(스마트) OTP가 속속 도입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디지털OTP는 실물형 OTP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일회용 비밀번호를 생성, 인증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디지털 OTP 앱으로 생성성 된 일회용 인증번호를 텔레뱅킹에 자동입력해 기존 음성 OTP보다 편의성이 높다. 우리은행, 기업은행, 씨티은행 등이 디지털 OTP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