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다시 한번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비용 추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양호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이날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낸 추심 결정 관련 항고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민사소송법상 즉시항고 기간이 지났다"며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민사소송법은 즉시항고 기간을 재판이 고지된 날부터 1주일 안에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추심 결정 뒤 3개월가량이 지나서야 항고한 만큼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지난 1월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아울러 일본 측에 피해자들 소송 비용까지 모두 내도록 했다. 패소한 당사자가 소송비를 부담한다는 민사소송법상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법원 정기인사로 민사합의34부에 새로 합류한 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29일 일본 정부에 소송비를 추심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같은 재판부에서 다른 판단이 나온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한·일 청구권협정과 위안부 합의 등 각종 조약과 합의,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 등에 따라 추심 결정 인용은 비엔나협약 제27조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금반언(禁反言)의 원칙은 앞서 했던 언행과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는 원칙을 말한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7일엔 강제징용 피해자 84명이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2015년 5월 일본 기업들에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기업은 미세키 마테리아루즈·에네오스·스미토모 금속광산·닛산화학·우베흥산·이와타치자키 건설·미쓰비스중공업 ·니시마츠 건설·미쓰이금속광업·미쓰비시마테리아루·야마구치고도가스·토비시마건설·훗카이도 탄광기선·일본제철·미쓰이 E&S 홀딩스·쯔치야 등이다.
재판부는 소송 제기 6년이 지난 올해 5월 28일에야 처음이자 마지막 변론을 진행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달 10일에 선고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갑자기 이날로 날짜를 바꿨다.
김 부장판사는 예정보다 3일 앞당긴 선고공판에서 1965년 12월 발효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 청구권이 없다며 사실상 패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