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시장 동향] 글로벌 운임 1년 만에 4배 늘었다···해운사 호황 언제까지?

2021-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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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운사들이 사상 초유의 물류 대란 속에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물동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운반할 선박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운임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운사는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향후 운임 상승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데다 과거 해운업계를 흔들어 놓았던 출혈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1일 3703.93으로 전주 대비 90.86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7일 3100 수준에서 소폭 조정 받은 것을 제외하면 3월 말부터 1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수 집계를 시작한 2009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SCFI는 지난달 처음으로 3000을 넘은 이후 3700을 넘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물동량이 위축됐던 지난해 4월 말 852.27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국내 수출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아시아에서 미주·유럽향 항로의 운임은 더욱 크게 늘었다. 이달 첫째 주 유럽 항로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당 5887달러로 사상최고 수준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4월 넷째 주 운임이 753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8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미국 서부 항로도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당 1495달러에서 4826달러로, 미국 동부 항로도 2620달러에서 8475달러로 늘었다. 두 항로 모두 운임 역시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운임이 급등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각 항구에서 방역 작업에 시간이 소요된 탓이다. 항만 내 선박 대기가 길어지면서 해운사의 컨테이너선 적체도 길어진 것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수입 물량이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임이 늘어난 이유다. 

이 같은 운임 급등 결과 해운사는 사상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HMM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으로 1조2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1.78% 급등한 규모다. 특히 영업이익 전망치가 1개월 전 7405억원에 비해 40% 가까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영업이익이 지금의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향후 해운사의 실적이 이대로 유지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갑작스레 급등한 글로벌 운임이 언제 다시 제자리를 찾을지 가늠할 수 없는 탓이다. 다만 해운업계에서는 하반기 운임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미권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블랙프라이데이 등 수요가 집중되는 하반기는 전통적으로 해운업계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해운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고운임 상황이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며 "하반기는 전통적인 성수기로 물동량이 많아 운임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초 만해도 HMM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며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금융투자사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매도' 의견이 없는 우리나라 금융투자업계 특성상 중립은 사실상 매도의견에 가깝다. 목표주가도 대부분 2만~3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해운업계가 다시 출혈경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 해운사의 적자 원인으로 지목됐던 출혈경쟁이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해운산업은 진입장벽이 낮고 해운사 간 서비스 차별화가 거의 없는 완전경쟁 시장이다. 그렇다 보니 해운사들은 가격 경쟁을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을 곧잘 활용해 왔다. 실제 글로벌 대형 해운사의 출혈경쟁 탓에 SCFI는 2010년 1500 수준에서 2016년 400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HMM도 이 같은 운임 하락 탓에 엄청난 적자를 낼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구조조정과 해운업계의 노력으로 HMM의 수송량은 글로벌 8위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출혈경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같이 운임이 상승해 업황이 개선될 경우 점유율 확보를 위해 해운사들이 경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급 증가 우려가 있지만 컨테이너선 건조에 2년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올해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신조선이 투입돼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H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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