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참사가 발생했다. 광주 건물붕괴 사고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이 하루아침에 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들의 사연은 늘 그렇듯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들의 생일을 맞아 미역국을 끓여준 60대 어머니, 동아리 후배를 만나러 학교에 갔다가 귀가하던 고등학생….
건설업계에선 이 사고를 인재(人災), 더 나아가 '원시적 참사'로 보고 있다. 메뉴얼대로만 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건물을 철거하는 굴착기가 올라설 흙더미 높이가 건물보다 11m나 낮았는데도 철거를 시작해 건물 허리 부분부터 철거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건물이 인도 쪽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할 안전 철제 와이어는 없었고,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 정황도 드러났다.
2년 전 서울 잠원동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건물의 외벽이 붕괴돼 승용차를 덮친 사고와 크게 달라진 것 없는 현실이다. 당시 결혼반지를 찾으러 갔던 예비신부는 목숨을 잃었고, 이 사고의 원인 역시 안전 소홀이었다.
인재가 그렇듯 사고 책임사와 정부는 뒤늦게 현장을 찾아 부랴부랴 사고를 수습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3만여개소에 달하는 해체공사 현장의 안전점검 활동 이행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행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원인이 밝혀지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유가족 지원에 역량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에 지켰어야 할 법이고, 확인했어야 할 일이었다. 원리원칙대로만 했다면 오늘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낼 이들이었다.
실효성 떨어지는 대책과 관성적 반성은 피해자와 유가족의 마음을 만질 수 없다. 피할 수 있는 대형 인재에 언제까지 애꿎은 사람들만 눈물 흘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