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10시 조前장관과 백원우·박형철 前청와대 비서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공판갱신 절차를 진행했다. 재판부를 구성한 판사 3명이 모두 교체되면서 공소내용이나 증거, 당사자들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절차다.
검찰은 세 사람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중대한 비위 혐의를 확인하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위법하게 중단시켰다는 공소장 내용을 재확인했다. 검찰은 특히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착수, 포렌식 결과, 문답 결과, 향후조치 계획 등 최소 4회의 서면 보고를 받아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한 감찰을 계속 진행해 관계기관 이첩 등의 처리를 했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격에 나선 조 前장관 측은 검찰이 자의적 해석과 의미를 덧붙여 사건을 확대·왜곡했다며 공박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민적수석실의 권한을 잘못 이해했다며 공소장 기재사항부터 문제삼았다. 그는 "(공소장에) '감찰 및 징계절차 없이 단순 인사조치하라는 피고인의 일방적 지시 관철하도록 지시했다'라고 쓰여있는데, 조 전 장관은 감찰하지 말라는 얘기를 한 적 없다. 민정수석실은 고위공직자를 징계 및 형사처벌하는 기관이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좌하는 기관이다. 첩보를 수집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 뿐 그 외 수사는 할 수 없고 의뢰하지 말라고 관련 법도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은 "팩트는 유재수 비위가 포착됐고, 관계기관에 통보해 상응하는 조치를 하게 했다는 것인데, 검찰이 사실관계 비틀어 감찰이 없었던 취지로 지시를 하고 감찰을 중단시킨 것으로 논리를 발전시켰다"고 지적했다.
백 前비서관의 변호인도 "피고인은 유기할 직무도 없었고, 상관인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아 반부패비서관의 의견을 수렴해 재량 범위 내에서 결정한 방침을 금융위에 통보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한편 박 전 비서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으로 지정돼 이날 사유서를 내고 불출석했다.
양측은 지난해 출석한 증인 13인의 증언 내용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앞선 증인들을 통해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입증됐다고 말했지만, 변호인은 "증인들이 대부분 검사 혹은 검찰수사관 출신이었는데, 특감반의 모든 역할을 수사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특감반은 법에 따라 첩보활동·사실확인만을 할 수 있는데, (특감반원들이)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알아채 상응하는 징계나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혀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원에 들어서며 "더욱 겸허한 자세로 공판에 임하겠다.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며 짧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는 대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17년 당시 유 전 부시장(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 의혹을 확인하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했고 이후 백원우·박형철 전 비서관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오후 2시에는 조 전 장관과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출석해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에 대한 심리가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