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일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정부는 미국의 대서양 동맹 복원과 대중 견제 일정에 발을 맞추면서 우리 정부의 당면 과제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과 한·일 관계 개선 등 외교적 지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G7은 연례행사지만 특히 올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정부의 첫 참석이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해외 순방 일정으로 국제질서의 본격적인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G7 정상들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한반도 이슈를 논의하는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1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1일부터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영국, 호주, EU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이후 14~17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특히 이번 순방의 관심사는 한·미·일 3국 정상들의 회담 여부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이슈가 자연스럽게 의제로 올라갈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싱가포르 선언 계승을 확인하며 대북 협상의 '불씨'를 살렸지만, 구체적인 해법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한·일 관계 역시 좀처럼 대화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회담이 진행되면 2017년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약 4년 만이다. 특히 전날 국가정보원은 국회 비공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남북 간 의미 있는 소통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G7에서 남북 간 소통 내용을 조율하는 등 북핵 협상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일 회담 성사 여부도 언급되지만 현재까지는 추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식회담이 아닌, 회담장 밖에서 이뤄지는 '약식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임기 말 한·일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9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회의장에서 아베 당시 총리를 옆자리로 데려와 소파에서 11분간 약식회담을 한 바 있다. 이는 같은 해 12월 두 정상 간 정식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약식회담으로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 간 회담이 성사될 경우 두 정상 간 첫 대면 회동이 된다.
◆왕이, G7 앞두고 韓에 "美 편들지 말라"
또한 중국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 역시 관전 포인트다. G7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지명하는 방안 등 강도 높은 중국 견제 메시지가 담길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과 일본은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정세 등에 대한 명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G7 정상회의 성명에 대만 정세가 명기되면 사상 처음이 된다.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하는 한국은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지만, 사실상 '민주주의 정상회의(D10)' 후보로 거론되는 등 이미 무게추가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G7을 앞두고 한국 정부에 사실성 '경고성' 발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전날 통화에서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압박인 인도·태평양전략을 비난하면서 한·중 간 정치적 공감대를 강조하고 나섰다.
왕이 부장은 "전략적 파트너인 한·중은 옳고 그름을 파악해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며 정치적 공감대를 지키고, 편향된 장단에 딸려가선 안 된다"며 "한·중은 제때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외교부는 이 같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