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9일 또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SK텔레콤을 통신회사와 ICT 전문회사로 쪼개는 인적분할 개편안을 확정한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몇 년 전부터 SK텔레콤을 중간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지배구조 개편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고 지난 4월에는 내부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이를 공식화했다.
탈(脫)통신을 외치고 있는 SK텔레콤은 통신・미디어 사업을 제외한 ICT 부문을 투자회사로 배치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투자회사 밑으로 들어가는 자회사들은 모두 업계 1등 업체가 아닌 추격자로써 1등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SK텔레콤 밑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SK텔레콤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 역시 11번가의 기업가치 제고 때문인 것으로 시장은 분석했다.
11번가가 아직 충분한 시장지배력을 갖추지 못하고 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IPO를 하더라도 제 가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거래액 기준 시장점유율 1위로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베이 본사 측에서 5조원 이상을 요구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본입찰에는 불참하게 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조원이란 가격을 투입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아마존과 제휴에 나선 것도 11번가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1번가에서 아마존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는 결국 기업가치를 높여 성공적인 상장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는 당시 아마존과 협력을 맺으면서 향후 11번가의 사업성과에 따라 IPO 등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아마존이 신주인수권으로 매입할 지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30% 수준으로 전망했다. 또 아마존은 전환우선주(CPS)나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투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7일 모 일간지에서 SK텔레콤이 11번가의 전체 지분 중 30%를 아마존에 넘기는 양수도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 보도에 즉각 “지분 양수도와 관련해서는 진행 중인 사안이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아마존에 신주인수권에 부여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11번가 IPO 때에 논의될 사안이라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마존이 11번가에 미리 투자를 한다면 상장 때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제하면서 “SK텔레콤이 e커머스 사업을 접을 것이 아니라면 아마존에 지분 50%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을 통해 ICT 자회사를 신설 투자회사에 두는 것은 전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11번가와 아마존의 협력과 이베이코리아 인수 추진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 이상은 아닐 듯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