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위치한 엘살바도르에서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을 공식적인 국정 화폐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와 CNBC 등 외신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하는 법안을 다음 주(7~13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한 부켈레 대통령은 이와 같은 내용을 밝히면서 "이는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며 (장기적으론) 공식 경제권 바깥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해부터 암호화폐를 자국 경제권과 결제 체계에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약 645만명(2019년 기준)의 엘살바도르 인구 중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 정도로, 현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엘살바도르의 금융시장과 결제 체계는 낙후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이주 노동자들의 국내 송금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2%를 차지할 정도로 엘살바도르의 국가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부켈레 대통령이 암호화폐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한 부켈레 대통령은 이와 같은 내용을 밝히면서 "이는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며 (장기적으론) 공식 경제권 바깥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해부터 암호화폐를 자국 경제권과 결제 체계에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약 645만명(2019년 기준)의 엘살바도르 인구 중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 정도로, 현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엘살바도르의 금융시장과 결제 체계는 낙후해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권의 송금 체계를 활용할 경우, 송금액의 10%가량이 수수료로 해외 은행으로 새어나가게 될 뿐 아니라, 엘살바도르 내부로 돈이 유입되는 데 며칠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3월 암호화폐 개발사 '잽'과 손을 잡고 지역 소도시인 '엘존테 마을'에 암호화폐 경제 체계를 구축하는 시범 사업을 시행했다.
이곳 마을의 노동자들은 잽이 개발한 휴대전화 결제 앱인 '스트라이크'를 이용해 간편하게 월급을 비트코인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학교 등·하교 버스나 공공요금뿐 아니라 각종 마을 상점에서도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 잽 측은 스트라이크 거래에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날 잽의 설립자 잭 몰러스 역시 해당 행사에 참여해 부켈레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며 "이것이 바로 전 세계가 비트코인에 대해 말하고 있는 내용"이라면서 "엘살바도르는 법정 통화로 이를 채택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개방형 결제 네트워크를 제공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몰러스는 이어 "수많은 개발도상국 정부들이 자국 법정화폐의 잠재적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충격을 우려하고 있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자국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또 다른 암호화폐 개발사인 '블록스트림' 역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화 작업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이날 애덤 백 블록스트림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의 법정화폐화는) 필연적 수순이었지만,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면서 위성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엘살바도르인들이 무선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없는 경우에도 해당 결제 체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남미 첫 밀레니얼 대통령의 '새로운 생각'...내부선 지지율 90% 육박
CNBC는 부켈레 대통령이 이끄는 정당인 '누에바스 이데아스(Nuevas Ideas·새로운 생각)'가 의회를 장악하고 있기에 다음 주 해당 법안의 발의와 발효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부켈레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밀레니얼 세대 신(新)독재자'로 꼽히는 만큼, 향후 이번 결정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1981년생인 부켈레는 지난 2019년 2월 엘살바도르 대선에서 국민통합대연맹(GANA) 소속 후보로 승리한 후 같은 해 6월 엘살바도르 대통령직에 올랐다.
당시 부켈레의 대선 승리는 군부독재와 우파 정권의 부패한 국정으로 30년 가까이 이어졌던 내전의 종식을 의미했다. 중도 우파 성향이지만, 당파적으로 기존의 좌파와 우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켈레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기업인으로 활동했으며, 2012년과 2015년 각각 누에보 쿠스카틀란시와 산 살바도르시에서 연달아 시장 선거에 승리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부켈레는 대통령에 오르기까지 밀레니얼 세대라는 젊은 나이를 내세워 자유분방하고 개혁적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대중적 인기를 끌어모았다.
실제 선거 기간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입고 휴대전화로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으며 유세했고,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연합(UN·유엔) 총회에서 초청연설을 할 당시에는 연단에서 찍은 셀카를 'UN 셀카'라면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후 부켈레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국회가 범죄 조직과의 전쟁을 목적으로 군·경 장비를 강화하기 위한 1억9000만 달러 규모의 차입 계획을 승인해주지 않자 직접 무장 군인과 경찰 수십 명을 동원, 국회에 난입해 무장 시위를 벌였다.
2015년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인 인구 10만명당 104명이 살해당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높은 범죄율의 배후로 내전 기간 중 보급된 무기로 무장한 범죄 조직의 활발한 활동을 지목하고 강경한 대응을 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부켈레 정권은 집권 1년 만에 교도소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의 범죄 조직원들을 체포했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속옷만 입은 수감자 수백 명이 앞뒤로 붙어 있는 모습으로 논란이 됐던 사진이 바로 엘살바도르 감옥이었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선 '불법 감금'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이동 금지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천 명의 시민을 감금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부켈레 대통령이 범죄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자국의 양대 범죄 조직 중 'M-13'과 결탁했다는 의혹이 보도됐으며, 올해 초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의 차입금(3억8900만 달러)과 국제사회 기부금을 횡령했다는 부정부패 의혹도 터져나온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부켈레는 90%의 대국민 지지율을 기록할 만큼 여전히 내부에선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라틴아메리카의 첫 밀레니얼 대통령이 독재자가 되는 길로 가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그를 '포퓰리즘 독재자'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