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비공개 환담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넥쏘를 언급, “제가 수소차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은 웃음을 터뜨렸고, 문 대통령은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나자 “잘 찍어주세요”라고 요청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점심 식사 메뉴는 한·미 정상회담 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함께 한 크랩 케이크가 밀전병과 함께 전채요리로 등장했다.
청와대는 그룹 대표들에게 줄 선물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먼저 문 대통령과 이전에 함께 찍은 사진을 인화해 액자에 넣어 선물했다. 정 회장에게는 특별히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때 수소차에 부착했던 차량 번호판을 기념으로 증정했다.
오찬 시작 전 모두발언 및 공개 환담에서는 소나무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을 기다리며 나무그늘 아래에 마련된 지름 1m 정도의 원형 테이블에 둘러서서 환담을 나눴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기 전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상춘재 앞의 소나무를 가리키며 ‘귀한 소나무’라고 소개했다. 안일환 경제수석은 “천연기념물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이 소나무는 1945년생 백송으로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심은 나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옛사람들은 백송의 껍질이 차츰 하얘지면 좋은 일이 일어날 조짐이라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4명의 대표들은 간담회 초청에 감사의 뜻으로 화답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뿌듯하게 생각한다”면서 “삼성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파운드리 공장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번 방미로 인해 삼성의 대미 협력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외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제2의 평택공장 부지는 국내에서 찾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의선 회장은 “정부의 회복, 포용,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에 함께하겠다”면서 “탄소중립은 후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역대 최고라고 생각한다”면서 “워싱턴에 남아서 현지의 반응을 더 들었는데,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미국 상황에 한국의 투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서 바이든 정부가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구광모 회장은 “LG 대표를 맡은 지 3년째,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 등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다가왔는데 정부가 기업의 의견을 듣고 대처해 줘서 감사하다”면서 “이번 방미로 미국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대학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빠르게 인력 양성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번 방미 순방 때 우리 4대그룹이 함께해주신 덕분에 정말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참 좋았다”며 4대 그룹 대표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4대 그룹의 대미 투자로 국내 중소·중견업체들의 동반 미국 진출과 일자리 확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특히 한·미 양국 관계가 기존에도 아주 튼튼한 동맹 관계였지만, 그 폭이 더 확장돼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최첨단 기술·제품에 대해 서로 간에 부족한 공급망을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까지 더 포괄적으로 발전된 게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제일 하이라이트는 공동기자회견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지목해서 일어서서 소개받았던 일”이라며 “미국이 가장 필요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것이 아주 뜻깊었다”고 소개했다.
당시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대표 기업인들을 일으켜 세우고 “땡큐”를 세 번이나 연발하며 감사 인사를 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방미 일정을 함께한 최 회장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최 회장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공동기자회견, 조지아주까지 일정 전체를 함께 해줬는데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공장까지 방문해 주셔서 엔지니어들도 격려가 많이 됐다고 한다”고 답했다.
또한 최 회장은 “저희들도 경제 관계가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말했고, 정 회장은 “방문해 주신 덕분에 미국과의 사업도 잘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쪽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늘리니까 그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거나 우리 일자리 기회가 더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던데. 우리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나가게 되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도 동반해서 진출하게 된다”면서 “거기에 우리 부품·소재·장비 등이 수출되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일자리가 더 창출되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구 회장에게 “GM과 LG가 배터리 협업을 한 게 꽤 됐다”고 말을 건네자, 구 회장은 “사업 초기 시작부터 파트너였고, 지금은 전기차 시장이 더욱 확대되면서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사업 협력도 더 돈독해졌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픽업트럭 같은 경우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관세 혜택을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수출이 어려운 분야인데도 우리 LG와 SK가 모두 현지에서 바로 합작공장을 하면서 뚫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