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 칼럼] 비트코인, 너 어떻게 지내니?

2021-05-27 18:01
  • 글자크기 설정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지난 5월 22일은 비트코인 추종자들에게 '비트코인 피자 데이'로 불리는 기념일이었다. 2010년 5월 22일, 비트코인은 피자 두 판을 첫 실물거래했고, 그날 피자 가격 30달러 대가로 1만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12년 후 비트코인 가격은 3만7865달러였으니 그날 피자를 판 사람은 그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었다면 억만장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2014년 1100달러, 2019년 1만9100달러, 2021년 6만3500달러를 세 차례 넘어섰다가 폭락했다. 이 때문에 17세기 튤립버블과 비교할 만큼 비트코인의 가격변동은 악명 높다. 아마 이 피자를 판 사람은 제정신으로 비트코인을 그대로 들고 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는 피자를 판 사람은 곧 비트코인을 처분해서 여행경비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트코인이 최근 다시 가격 급락 속에 시끄럽다. 이 배경에는 일론 머스크, 글로벌 기관투자가인 JP 모건 등의 가상자산 가치와 미래에 대한 언급과 함께 미국, EU,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가상자산 규제 뉴스가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가 3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근거를 법제화했고, 국회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기사에는 비트코인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라며 국가 경제는 물론 은행의 안전성도 해칠 것이라고 한다. 가상자산에 관한 부정과 포용의 입장이 혼재한 가운데, 어려운 기술적 내용과 투기적 우려로 금융소비자는 혼란스럽다. 비트코인이 뭔데 이렇게 시끄러운가? 비트코인으로 돈 벌었다는데 한 번쯤 관심을 가져야 하나?

필자처럼 경제학을 전공하고 금융회사에서 전통 투자론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던 사람은 십중팔구 비트코인을 부정적으로 본다. 기존 금융분석 도구로는 아무리 고민해 봐도 가상자산은 가격 추정(pricing)이 난감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존재하는 상상 속 자산이며, 수익과 투자원금이 없는 가상자산은 현재가치를 계산할 수 없다. 현재가치가 없으면 금융인들 눈에는 시장거래 기준이 되는 해당 자산의 공정가격을 발견할 수 없다. 즉, 가상자산은 가치가 없고 심지어 사기라고도 했다. 필자를 비롯해 워런 버핏, 누리엘 루비니 등과 대부분의 금융인, 기업가, 경제인들이 같은 입장이었다. 억지로 계산한다면 가상자산은 무형자산인 기술과 무형자산도 아닌 공상·꿈을 현재가치화해야 하는데, 최근까지 이들의 실현 가능성, 즉 확률은 0에 가까웠다. 그러나 만약 기술과 공상이 미래에 실현되면 큰 이익을 보기 때문에 가상자산 가격은 가치에 영향을 주는 뉴스에 따라 널을 뛸 수밖에 없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0년 하반기부터 비트코인 환경의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특히 가상자산에 대해 보수적인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가상자산에 담긴 기술과 꿈이 그 가치를 현재가치화할 확률은 높아졌고, 그 결과 2020년 9월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4월 고점까지 5.4배 상승했다. 암호화를 통한 익명성을 추구하는 사이퍼펑크와 블록체인 기술을 배경으로 한 비트코인이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으로 출현한 이후,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의 가격 동요를 보일 때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은 한때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씨티그룹 글로벌전망보고서 GPS에 따르면, 2017년 가격 동요를 계기로 검열에 저항하는 가치저장(a censorship-resistant store of value)과 디지털 희소성 보장(ensuring digital scarcity) 특성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생태계가 본격 진화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20년 미국 중소기업의 36%가 채택하고 있고, 금융시스템이 열악한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나이지리아에서는 모바일을 통한 금융거래 수단으로 비트코인 거래가 급성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은 비트코인 소유주의 30%가 기업과 기관투자가이고 특히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 굴지의 기업들이 고유재산으로 보유하기 시작했다. 페이팔과 비자는 비즈니스 결제에 비트코인을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비트코인 생태계 확장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비트코인의 꿈이 세계 곳곳에서 진화하고 구체화하기 시작한 증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거래를 승인할 때 복잡한 수학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풀어낸 사람(채굴자)에게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지급한다. 발행 가능 총량을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1860만 코인이 발행되었다. 보상되는 비트코인 수량은 단계별로 차등화하며, 최초 50코인에서 5월 현재 6.25코인까지 내려왔다. 이 발행 제한이 희소성으로 인식되며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기관투자가가 인식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인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 때문에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 비트코인은 빛을 발하고 있다. 한편 비트코인은 자금을 송금하는 데 정부와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에 참여한 컴퓨터의 원장 기록으로 끝나므로 비용, 시간, 인력, 물리적 시스템이 필요 없다는 측면에서 가장 유용한 글로벌 자금 결제 수단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범죄 활용 가능성에 대한 오해도 풀리고 있다. 2020년 현재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불법 자금 이용 비율은 0.34%에 불과하고, 블록체인 시스템은 거래자는 익명 처리하지만 거래 활동은 샅샅이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 활용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과 금융기관 거래를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중앙은행 전자화폐(CBDC)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다. 2019년 페이스북의 민간 전자화폐 리브라의 추진 선언을 계기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도 CBDC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만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벌어질 정부와 민간 간의 전자화폐 대전은 인증된 전자지갑 개발 등 전자화폐 사용 인프라를 확장하며 오히려 비트코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월 가상자산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시가 총액 1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일부 기관투자가는 국제 금 시가총액 10억 달러의 절반까지는 따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환경변화로 비트코인의 현재가치 함수가 바뀌고,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을 급격히 완화할 것이다. 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도화선이 되어 비트코인은 금융자산보다는 디지털 금, 실물자산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조수연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 석사 △하나금융투자 상무 △ 금융투자분석사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