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해야 한다면 부가세?…“국민 합의가 관건”

2021-05-2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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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 출처=OECD

부족한 세수 충당 필요성에 공감하고 늘어나는 국가부채를 걱정하면서도 증세론에 대한 찬반은 여전히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현 정부들어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 후 재계와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고, 일각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며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의 부담이 높아졌다며 비판론이 나온다.

집권 후반기를 맞는 문재인 정부도 고심에 빠졌다. 현 정부가 표방하는 '포용적 복지 국가'를 이루기 위해선 해마다 복지예산의 증가는 불 보듯 뻔하지만 이를 충당할 재원마련 해법에 증세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 부가세 인상 논의에 군불을 지피는 점도 이러한 이유와 맞물려 있다. 부가세는 소득세, 법인세에 이어 세수 규모가 큰 3대 국세로 직접세인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에 비해 세금을 손쉽게 거둬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취임한 김부겸 총리는 지난 2월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부가가치세를 3%포인트 인상해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당시 “1인당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연간 180조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현행 복지 체계 조정으로 80조원, 기존 세제 공제·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부가가치세를 3% 정도 높여 100조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도 앞서 지난 1월 한시적 부가세 인상론을 공론화시켰다. 그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재원과 관련 “한시적 부가세 인상으로 손실 보상 기금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라고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부가가치세 인상을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서 부가세 인상 담론이 나오는 데는 포용복지 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증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증세 기조아래 다른 3대 국세인 법인세율과 소득세 최고세율은 현 정부들어 이미 한 차례 높인 바 있어 추가 증세에 부담이 따른다. 우리나라 부가세율이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낮다는 점도 주요 근거다.

우리나라의 부가세 세율은 지난 1977년 부가가치세 제도를 도입 후 이후 현재까지 10%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OECD 37개국의 지난해 평균 부가세율은 19.3%로 우리나라의 약 2배 수준이다. OECD 37개국 중 세 번째로 낮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부가세율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스위스(7.7%)와 캐나다(5%) 뿐이다.

반면 복지국가의 롤 모델로 여겨지는 북유럽 국가들은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높은 부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덴마크(25%), 노르웨이(25%), 스웨덴(25%), 핀란드(24%) 등은 20%대의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도 부가세 인상 논의가 있었고 학계에서도 법인세 등 직접세율 추가 인상보다는 부가세 인상이 차라리 합리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부가세 인상은 부자, 서민 가릴 것 없이 국민이 바로 체감돼 전 국민의 큰 부담이 되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극심한 반발도 예상돼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조세 전문가들은 원론적으로 부가세 인상 취지는 공감하지만 대선을 1년 앞두고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견해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현 시점의 부가세 인상은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커다란 조세저항에 부닥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부가세 인상에 대한 논의는 이어가야 된다는 입장이다.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은 “부가세 인상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인 현 시점에서 공론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도 부가세율을 올렸는데 경제적 충격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는 중장기적으로 조세부담율이 높아질 것이고 복지제도 또한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고 있어 증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부가세의 경우 다른 세금보다 제일 큰 사이즈로 나올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검토해 볼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부가세 인상 시 예상되는 극심한 조세저항을 극복하는 한편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가세는 소득이 두 배면 세금도 두배를 내는 비례세로 누진적이지 않아 인상 시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강하고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특히 극심할 것”이라며 “부가세 증세의 목적에 국민들이 수긍해야만 실현 가능성이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득 재분배 효과가 그나마 낫고 능력원칙에 부합하는 소득세 먼저 정상화하고 세금체계를 개편하는게 우선”이라며 “부가세 인상은 적어도 소득세 정상화와 동시에 해야지 부가세만 따로 먼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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