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가입하려면 운전자보험 가입하세요"…손보사 실손보험 끼워팔기 성행

2021-05-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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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실손보험 적자 지속에 단속 판매 중단·인보험 동시가입 유도

#30대 김 모씨는 최근 다음달 둘째 출산에 맞춰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알아봤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 3년 전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실손보험 가입에 제약이 없었던 만큼, 당혹스러웠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 운영하는 보험다모아를 통해서도 실손보험 가입 가능여부를 문의했지만, 보험사는 운전자보험이나 치아보험 등 다른 보험과 동시에 가입해야만 실손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자료=금융감독원]


17일 손보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이 실손보험 가입 시 타 상품을 끼워팔거나 판매를 자제하는 지침을 일선 영업점과 독립보험대리점(GA)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은 일정기간 실적이 없는 설계사는 단독 실손보험을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운전자보험 등 상해·건강보험 등 인(人)보험과 동시에 가입할 경우에는 실손보험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또 61세 이상의 일부 고객이 실손보험에 가입을 원할 경우 방문 진단을 받도록 했다. 방문 진단이란 가입 희망자의 혈압, 혈액, 소변검사 등의 검진을 보험사가 직접 실시해 가입 유무를 판단하는 심사 제도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 측은 "5월 초 실손상품 끼워팔기 관련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저해하여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 체결 과정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실손보험 가입 마케팅관련 지침도 하달한 상태로 지침 이행상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DB손보는 최근 GA 및 전속설계사에게 단독 실손보험 가입 시 3만원 이상의 인보험 상품과 같이 패키지로 판매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번 지침은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본사 차원에서 매월 관련 판매실적을 확인하고 있다.

이 밖에 KB손보는 일부 GA의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메리츠화재는 단독 실손보험 판매 시 설계사의 인센티브(급여) 불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현행 감독규정에서 보험사의 실손보험 끼워팔기는 금지하고 있다. 금융위는 실손보험 중복가입 방지와 불필요한 상품을 끼워 파는 행태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18년 4월 단독상품으로만 판매토록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했다. 개정된 보험업감독규정 제7-63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실손보험은 단독 판매해야 한다.

손보사들이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실손보험 판매를 줄이고 있는 데는 판매할 수록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가 실손보험에서 기록한 적자액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생보사 손실은 1314억원으로 전년보다 274억원 줄어든 반면, 손보사 손실은 전년보다 149억원 많은 2조3694억원까지 늘었다.

최근 4년간 보험사의 적자액은 2017년 1조3268억원, 2018년 1조5267억원, 2019년 2조7869억원 등이다. 4년간 적자액만 7조원에 달한다.

작년 보험사의 실손보험 합산비율(사업비율+손해율)은 123.7%를 기록했다. 합산비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들은 고객에게 받는 보험료보다 지급해야할 보험금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손보사의 합산비율이 생보사보다 높았다. 생보사의 합산비율은 107.1%였지만 손보사는 이보다 20%포인트가량 높은 127.3%에 달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실손보험 적자가 지속되면서 손보사 입장에서는 손해율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자기부담금이 없는 구 실손보험을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성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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