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양국 관계는 그야말로 정중동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3주 만에 가진 시진핑 주석과의 첫 통화에서 홍콩과 신장자치구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시 주석은 이는 중국의 내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3월에 열린 양국 외교 수장 회담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와 대중 견제가 외교의 핵심임을 천명하면서 하드파워를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민주주의를 최고의 자산으로 삼겠다는 점을 공언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다자주의를 표방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소규모 집단 짜기와 이념 대결을 조장한다고 반발하면서, 평등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며 시진핑과 외교의 합성어인 시플로머시(Xiplomacy)를 설파하는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설전(舌戰) 차원에서 직접 충돌의 부담을 피하려는 모양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싸움은 과학기술 분야를 둘러싸고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에 대한 미국의 위협 인식은 대중국 경쟁력에 대한 우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그리고 중국의 기술표준 확장에 대한 위협과 미국의 가치에 대한 위협 등의 측면에서 강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중국 표준 2035’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2035년까지 5G·AI·사물인터넷·스마트시티 및 중국판 GPS시스템인 베이두(北斗) 항법시스템 분야에서 기술표준을 만들고 이를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연계할 구상이라고 인식한다. 미국은 중국이 인류운명공동체 구상을 통해 권위주의를 수출할 뿐 아니라 안면·음성 인식 기술, 5G, 디지털 지급수단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홍콩의 저항세력이나 신장·위구르의 체제 반대세력 등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데 이용, 기술 굴기가 결국 인권과 민주주의 등 미국이 추구하는 보편 가치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이 법안이 심각한 사실 왜곡에 의해 ‘중국 위협론’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미국이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하고 낡은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의 관념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타국의 정상적 발전을 용납하지 못하는 패권적 태도에 대해 강력한 불만과 반대를 표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도 순순히 물러나려 하지 않는다. 사실 중국은 미·중 마찰이 본격화되면서 실질적인 기술 패권경쟁이 시작되자, 내수 진작에 방점을 찍은 ‘국내 순환 경제’를 내세우면서 정보기술 인프라 확대에 2025년까지 무려 1조4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독자적 기술 자립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면서 과학기술사회주의(科技社會主義)를 바탕으로 세계 최강국가 건설을 추구하는 중국에 대한 원초적 제어라는 미국의 의지가 성과를 거두기 전까지는 양측 경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분야에서 추월당한 미국의 기술경쟁력 강화에는 일정한 시간도 필요하다. 때문에 현재 미국 정부는 기술보호주의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의 기술 탈취와 산업 스파이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첨단 기술 보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등 기술 탈동조화 작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의 기술 연계 차단은 미국의 독자적인 탈동조화와 국제공조를 통한 탈동조화로 나타난다. 전자는 수입 규제와 자본 연계 차단에 중점을 두고 있고, 후자는 중국과의 기술 디커플링을 위한 핵심으로 클린 네트워크 구상(Clean Network)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은 국제공조를 통한 중국 기술 확산 차단을 위해 동맹과 우방국에 클린 네트워크 참여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 반도체나 차세대 이동통신 산업도 곤란을 겪는 중이다.
그러나 위기와 기회는 항상 공존하는 법이다. 미·중은 기술 패권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한국에 기술동맹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지난 4월 3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 측은 구체적인 기술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미·중 양국 공히 글로벌 기술 전쟁에서 한국을 끌어안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하게 미·중 경쟁을 이분법으로 볼 필요는 없다. 지난 3월 열린 쿼드(Quad) 4개국 정상회의는 지역 안보의제를 넘어 코로나 대응, 5G 및 인공지능 공동연구 및 표준화 협력까지 논의했다. 한국의 국익을 살핀다면, 단순히 특정국을 겨냥하는 안보체로 규정하고 미리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이유도 없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더욱 없기 때문이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