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달 27일부터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양천구 목동 등을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하면서 해당 지역의 거래 과열 양상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똘똘한 한 채'를 노리는 수요자들이 대체지를 찾아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인근 지역에선 '풍선효과'가 관측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인근에 있는 응봉동과 행당동 구축 아파트에선 가격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달 토지거래허가제로 추가 지정된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등의 인근 아파트는 이미 가격이 주택담보대출 금지 상한선을 훌쩍 넘었지만 성수동 인근의 구축 아파트 가격은 10억원 대(전용 85㎡)라 접근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이 일대 구축 아파트 가격은 몸값이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준공 32년차를 맞은 성동구 응봉금호현대 아파트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전용 80㎡ 기준 호가가 12억원 선으로 올라섰다. 이 단지 전용 80㎡은 지난 3월 11억4500만원 거래를 끝으로 매물이 잠겼다. 성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자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전체 644가구 가운데 현재 거래가 가능한 매물은 달랑 1건이다.
응봉 대림강변타운 아파트도 최근 호가가 13억원으로 상승했다. 이 아파트 전용 59㎡은 지난 3월 6일 10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같은달 13일 11억5000만원으로 1억원 오른 뒤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이달들어 시세가 13억원으로 급격하게 튀어 올랐다. 전제 1150가구 가운데 매매가 가능한 물건은 8건이 전부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00가구 이상 규모의 단지에서는 평균 20~30개 정도는 매물이 나와야 하는데 전체 매물이 10건 미만이라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거래가 적다보니 1~2건의 이상거래가 실거래가로 굳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매수세가 붙지 않아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행당동도 비슷하다. 행당대림아파트 전용 85㎡은 지난달 12억8700만원 에 거래되면서 전달(11억8000만원)대비 약 1억원 올랐다. 현재 동일 평형 가격은 12억9900만~13억5000만원대에 형성됐다. 행당한신타운 전용 85㎡ 역시 지난달 12억8700만원 거래를 끝으로 12억원대 매물이 사라졌다. 현재 호가는 13억~13억7000만원 선으로 한달 만에 또 다시 1억원 올랐다.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재건축 및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이슈가 인근 지역의 풍선효과를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후 주택이 많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은 계속해서 상승할 여지가 높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체득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응봉동과 행당동은 성수동과 입지가 비슷하고,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데다 아직 10억원대 초반이라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는 인식이 많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성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응봉동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면서 "응봉동은 성수동에 비해 강남 접근성이 뒤지지 않고, 성동구에서도 가장 학군이 좋은 곳인데다 재건축 이슈까지 터지면서 거래량이 줄어도 가격이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