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국어사전에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새로 지은 말이라고 알았지만 찾아보니 이미 과거 문헌에도 나온 말이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경민편(1519년 김정국이 인륜과 법제에 관해 쓴 책)에 ‘어리니’라는 단어가 있다. 그럼에도 소파 선생이 어린이라는 낯선 말을 널리 알리고 쓰도록 했음은 틀림없다.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 모두 어리다, 젊다, 늙다를 꾸밈말로 바꾼 뒤 사람을 높여 부르는 ‘이’를 더해 만든 순우리말이다. 요즘 종종 나이든 성인을 ‘어른이’라고 하는데, 틀렸다. 아마도 젊은이와 늙은이 사이쯤 위치한 어른, 중·장년층을 가리키는 단어인 듯 싶다. 그런데 어른이는 ‘어르다’와 '이'를 합친 거다. '어르다'는 “우는 아이를 어르다”는 문장처럼 어린이나 아기를 달래거나 기쁘게 해준다는 뜻이다. 뜻 그대로 어른이는 어르는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인 거다. 쓸모 없고 쓸 일도 없는 단어다. 틀린 말을 자꾸 쓰면 우리 말을 망치는 거다. 어리지 않은 이를 칭할 때는 그냥 어른.
가만 살펴보면 어린이와 젊은이, 늙은이는 각각 그 사이 기간이 너무 길다. 어리다, 젊다, 늙다는 모두 상대적인 개념이다. 조선시대에는 이팔청춘 16세, 낭랑 18세면 어른으로 인정받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약관(弱冠), 20세엔 관을 쓸 수 있는 성인이 됐다. 40대 중후반만 돼도 손자들 보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늙은이의 시작, 초로(初老)였다.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 이 세 단어에 일생을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대 대한민국은 여기에 적어도 20년 이상을 더해야 한다. 젊음과 늙음의 변화도 잘게 나눠야 한다. 쌍둥이도 세대 차가 있다 하지 않나.
중장년층을 부르는 새 말 '익은이'는 노래에서 힌트를 얻었다. 가수 노사연이 2015년 발표한 노래 ‘바램’의 후렴구는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이다.
요즘 40~50대를 중년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그런 대접을 해주는 사람도 장소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젊은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꽃중년'도 중년이긴 매한가지다.
사실 익은이가 ‘말모이’(한힌샘 주시경 등 한글 학자들이 엮은 첫 우리말 사전. 국어사전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며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에 오르려면 '익다'는 제 뜻의 걸맞게 지혜롭고 성숙한 중장년 한국사람이 돼야할 터. 익은이라는 아름다운 순우리말에 어울리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고 또 바란다. 어린이-젊은이-늙은이 사이사이에 푸른이와 익은이을 보탠다.
가정의 달에는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 모두 저마다 ‘날’이 있다. 어린이날(5일), 성년의 날(17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 날(21일)이 그렇다.(노인의 날은 10월 2일이다.) 푸른이날, 익은이날도 만들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