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기소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 이사장이 공개 사과를 했는데도 재판에 넘겼어야 했냐는 비판이다.
법조계에서는 기소와 별개로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이 처벌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유 이사장 발언이 '한동훈'이라는 개인이 아닌 검찰이라는 기관에 대한 의견 표명이라고 봐서다.
"(2019년) 11월 말 12월 초순쯤 그 당시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노무현 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2020년 7월 24일 '김종배의 시선집중' 내용 중)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검사장이 소속돼 있던 반부패강력부에서 한 것 아니겠느냐 정도의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기관의 어떤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고 해서 그 기관의 장에 대한 명예훼손이 직접 성립했다는 점은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별로 없었고 최근에 법원도 엄격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1년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했다. 당시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이 보도됐지만 내용이 공직자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악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특히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 감시와 비판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공공 이익을 위해 일부 보도된 내용 중 일부 사실이 틀린 부분이 있더라도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이 발언을 할 당시에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 터진 이후였다. 법조계에서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 이사장 관련 사안을 물었던 사실들이 보도되면서 유 이사장으로서는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단 평이 나온다.
1989년 전남 거문도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내창 당시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 회장 사망 사건에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직원이 연루됐다는 내용을 쓴 한겨레 기자 사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허위라고 인지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정에서 믿을만한 근거가 있었음이 입증된다면 위법성이 조각(배제)될 수 있다"며 "법정에서 그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을 밝히는 게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