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속아 체크카드를 빌려줬더라도 대가를 약속하는 행위가 없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상고심에서 보이스피싱범에게 체크카드를 넘긴 혐의를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 전자금융거래법을 근거로 "김씨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무형의 기대이익을 약속하고 접근매체(체크카드)를 대여했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역시 "대가를 받기로 약속하면서 체크카드를 대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김씨의 다른 사기 혐의와 병합해 징역 1년6개월 선고를 내렸다. 보이스피싱범죄에 이용하는 줄 몰랐다고 해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는 성립한다고 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대출 대가로 접근매체를 대여했다거나 이 사건 카드를 내줄 당시 그런 인식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김씨는 대출해주겠다는 사람이 정상 카드인지 확인한다며 체크카드에서 현금을 빼가자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되묻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