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속아 카드 대여…대법, 무죄취지 파기환송

2021-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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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보이스피싱에 속아 체크카드를 빌려줬더라도 대가를 약속하는 행위가 없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상고심에서 보이스피싱범에게 체크카드를 넘긴 혐의를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김씨는 2019년 6월 보이스피싱범이 보낸 월변(매달상환) 대출 관련 광고성 문자를 보고 대출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만원을 대출해주겠다는 보이스피싱범 말에 속아 이자를 빼갈 체크카드를 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는 대가를 받고 체크카드 등 전자금융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1심 재판부는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 전자금융거래법을 근거로 "김씨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무형의 기대이익을 약속하고 접근매체(체크카드)를 대여했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역시 "대가를 받기로 약속하면서 체크카드를 대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김씨의 다른 사기 혐의와 병합해 징역 1년6개월 선고를 내렸다. 보이스피싱범죄에 이용하는 줄 몰랐다고 해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는 성립한다고 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대출 대가로 접근매체를 대여했다거나 이 사건 카드를 내줄 당시 그런 인식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김씨는 대출해주겠다는 사람이 정상 카드인지 확인한다며 체크카드에서 현금을 빼가자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되묻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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