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 칼럼] (6) 인플레이션에 대비하자

2021-05-0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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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회장]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여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웬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반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2008년도에 발생한 파생금융상품의 붕괴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세계 투자금융시장의 위기를 겪게 만든 사건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파생금융상품이 붕괴되자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RB)는 달러를 헬리콥터로 살포하듯이 발행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기업들이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흡수해 주었기 때문에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때부터 실물분야보다 금융분야의 왜곡이 심각한 상황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물분야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새로운 기술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사업영역이 끝도 없이 개척되고 있으며,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새롭게 탄생한 거대기업들이 투자금융자본을 싹쓸이하고 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대규모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첨단기술기업들이 M&A를 비롯한 투자금융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분야의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미국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달러를 무자비하게 살포하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유대인들이 지배하고 있는 투자금융분야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일환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다.
또한 2020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 각국 정부들은 대규모의 통화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 정부와 FRB는 10조 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2008년에 발생한 파생금융상품의 붕괴와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때문에 인플레이션 나아가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에 대한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과잉유동성 공급을 통한 경제회복 정책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금의 수요처를 확보해야만 한다. 자금의 수요처가 없는 상황에서 과잉 유동성을 공급하면 투기수요로 몰리거나 화폐가치를 하락시키는 역할만 하고 경제는 살아나지 못한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전세계 정책당국에서 고민하는 것은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를 막으면 과잉유동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시점부터 2021년 코로나 19 및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현재까지 미 FRB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엄청난 규모의 화폐를 발행하여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며, 금리 또한 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는 유동성이 넘쳐나고, 마땅한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한 시중 자금들은 암호화폐를 비롯한 필수 원자재에 대한 투기자금으로 몰리고 있으며, 각국정부는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하여 통화승수를 높이고, 인위적으로 물가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주요국들의 무제한적 유동성 공급, 초저금리의 유지, 통화승수의 확대, 각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정책, 투기광풍의 조장 등 금융 및 재정 정책을 총동원하여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강한 힘을 가진 5가지의 정책을 한꺼번에 쏟아낸 일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각국 정부는 버블경제 및 투기수요 이외에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및 변이 바이러스가 진정되면서 억제되어있던 소비 심리가 일시적으로 폭발하게 될 것이고, 풍부한 유동성에 초저금리에 편승한 레버리지 투자 그리고 정부의 강한 경기부양책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게 된다. 현재 세계 주요국의 정부들은 긴축 정책보다는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을 만들어 경기침체를 방어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경기침체에 대한 과잉대응과 인플레이션 정책에 대한 조정능력의 실패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에서 겪었던 초인플레이션 현상인데, 1920년대 독일 국민들은 억만장자가 아닌 사람이 없었지만, 그들은 돈은 산처럼 쌓아놓고도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배고픈 억만장자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45년 일본의 조선총독부가 조선의 엔을 무차별적으로 발행하여 방출한 결과 1,000배 이상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1950년 6.25전쟁이 터지면서 우리나라는 사상 유례없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임과 동시에 국민생활이 도탄에 빠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경기 변동에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등은 다루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해관계가 다양해지면서, 특히, 정치권력들이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경제정책을 무분별하게 남발하면서, 경제는 고리디우스의 매듭과 같이 얽히고설키게 되어 갈수록 해결하기가 어려운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경제성장기에 돈을 번 기업들 대부분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한 기업들이다. 이는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축재수단이다. 우리나라에서 빈부격차가 커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인플레이션에 의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며, 현재에도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고전 경제학에서는 적정 인플레이션을 2~3% 정도로 보고 있지만 예금금리가 1% 이하에서 결정되면 현금보유자는 매년 실질적인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소득불균형이 심화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인플레이션 정책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정책을 쓰면 경제지표는 양호하게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거품경제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내면에서는 악성종양이 자라게 된다. 경제정책이 어려운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제관료들은 인플레이션에 의한 성장정책에 함몰되어 있어, 정부주도의 경제 또는 인플레이션에 의한 경제성장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와 의식주(衣食住)에 관련된 가격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정책은 서민경제를 어렵게 하고, 소득격차를 심화시키는데도, 경제관료들은 국민의 의식주에 관련된 인플레이션 정책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경제는 양극화되고, 국민의 소득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기회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투기를 조성하는 정책은 버블경제를 만들어 단기간에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한국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를 민간투기세력에서 찾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변함없는 인플레이션 정책에 있다. 우리나라는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코스닥 시장을 만들어 묻지마 투기로 버블을 형성한 경력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과 경제관료들에게 달콤한 유혹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의존한 정부의 경제정책이 지속되는 한 우리나라의 빈부격차와 소득불균형은 갈수록 더 악화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Tip을 준다면, 미국은 앞으로 1~2년 동안 엄청난 통화량을 방출하여 경제성장률을 높인 후에 금리를 대폭 올려 달러가치를 유지하는 정책을 쓸 것이기 때문에 빈부의 격차의 사회적 병리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학교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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