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핀둬둬는 왜 '독서 캠페인'을 벌일까

2021-05-0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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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풍요'에서 '정신적 풍요' 추구하는 중국인

'독서열' 끓는 농촌·저소득층에 '반값' 책 지원

책 구매 빅데이터로 잠재적 소비취향 파악도

'규제 리스크' 그림자 속 中지도부 '환심' 사기

핀둬둬는 창업 6년 만에 고객 수 기준으로 알리바바를 제치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알리바바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중국 신흥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가 이제 책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배불리 먹고 살며 물질적 욕구를 채운 중국인이 이제 정신적 풍요를 추구하면서 '독서족(族)'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중국 도·농 간 '독서 양극화' 현상을 줄이겠다는 공익성을 내세워 중국 지도부의 마음을 얻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86억 보조금··· '반값' 책으로 '국민독서 캠페인'

[아주경제DB]


핀둬둬는 지난 4월 한달 '둬둬 독서의 달(多多讀書月)' 캠페인을 진행했다. 30여개 출판사 등과 손잡고 1000여종의 다양한 서적을 핀둬둬 플랫폼에서 공동구매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저가·양질의 책을 제공해 전 국민 독서 문화를 확산한다'는 게 이번 독서 캠페인의 취지다.

베스트셀러부터 노벨문학상, 휴고상, 마오둔문학상 수상작뿐 아니라 각종 실용서적과 교재, 문제집도 팔았다. 5000만 위안(약 86억원)에 달하는 독서기금까지 마련해 구매 보조금도 지원했다.

핀둬둬는 책값도 대폭 낮췄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보통 책 한 권 가격에는 8~12% 작가 인세비, 20% 인쇄비, 서점 등 유통상 수수료 40%가 포함된다. 그리고 나머지 30% 남짓이 출판사 몫이다. 출판사로서는 책을 아무리 싸게 팔아도 원가 보전을 위해 30% 이상 가격을 낮추기 힘들다. 

하지만 핀둬둬는 중간 유통상을 없애고 직접 출판사로부터 책을 공급받아 책값을 50% 이상 낮췄다. 게다가 보조금까지 지급하니 소비자들은 핀둬둬 플랫폼에서 최대 70~80% 할인된 가격에 책을 공동구매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정가가 45위안(약 7800원)인데, 핀둬둬 플랫폼에서는 3분의1 가격인 14.9위안에 판매됐다. 제목만 봐도 난해해 보이는 이 책은 캠페인 기간 불티나게 팔리며 자연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핀둬둬의 독서 캠페인으로 불황에 신음하던 출판계엔 단비가 내렸다. 궈마이문화 출판사의 경우, 올 1분기에만 지난 한 해 매출액의 3분의2를 거둬들였다고 한다.

핀둬둬는 이중톈(易中天), 쉐모(雪漠) 등 유명 작가 10여명과 직접 협력도 진행 중이다. 플랫폼에 작가별 전문 서점 페이지도 만들어 기술, 트래픽,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쉐모가 올해 낸 신간인 <애불낙하(愛不落下)>는 출시되자마자 두 시간 만에 1만5000권이 팔리기도 했다. 
◆농촌 책 구매량 급증··· 도·농 간 독서격차 해소

핀둬둬가 전 국민 독서 캠페인을 벌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중국 도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다. 핀둬둬가 발표한 '2020년 독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핀둬둬 플랫폼에서 책을 구입한 고객은 연인원 4억명 이상에 달했다. ​이들의 도서 구매량은 전년 대비 189% 급증했는데, 총 구매량은 전국 11개 국가 도서관이 소장한 책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특히 농촌 지역의 도서 판매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핀둬둬 플랫폼에서 농촌 주민의 도서 구매량이 180% 급증했으며, 농촌 지역 초등학교 도서 주문량은 152% 늘었다. 도서 판매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곳이 서북부 지역의 신장과 시짱자치구란 점도 흥미롭다. 

그동안 두꺼운 독서층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던 1·2선 도시뿐만 아니라, 3·4선도시나 농촌의 도서시장 성장 잠재력을 확인한 셈이다.

아직까지 도시와 농촌 간 독서 격차는 크다. 중국신문출판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 주민 독서율은 68.3%에 달하는 반면, 농촌주민은 49.9%에 그쳤다. 독서율이 낮다고 해서 이들 농촌 주민이 독서열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소득이 낮아서 비싼 책값을 감당할 여력이 안 되는 것뿐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앞서 말했듯, 중국 14억 인구 중 6억명의 월소득은 여전히 1000위안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한 권에 적게는 수십 위안, 많게는 100위안이 훌쩍 넘는 책값은 사치다. 

핀둬둬는 바로 이처럼 책을 읽고 싶어도 여력이 안 되는 시골 지역에 양질의 도서를 저가에 판매함으로써 독서 취약계층을 새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책 구매 빅데이터로 잠재적 소비취향 파악

약 8억명의 이용자를 자랑하는 핀둬둬는 각종 도서 주문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잠재적인 소비 취향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가파른 주문량을 보인 서적은 과학기술 서적이었다. 전년보다 주문량이 282% 급증한 것이다. 학습교재와 소설문학, 백과사전 항목도 각각 202%, 170%, 155% 늘었다. 

특히 농촌 지역 주민들은 실용서적에 관심이 컸다. 전기공수첩(電工手冊), 채소재배 비법, 양치기의 신기술, 자동차 수리 입문서, 효율적인 양돈기술 등의 책이 주로 팔린 것. 

육아 관련 서적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부모·가장일 가능성이 높고, 전문서적을 구매한 사람은 해당 분야 전문가일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해 맞춤형으로 관련 제품을 추천하면 구매 성공률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다. 
 
◆'규제 리스크' 그림자 속 中지도부 '환심' 사기

중국 지도부가 국가적으로 책 읽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핀둬둬가 책 시장에 적극 뛰어든 이유다. 중국은 2014년부터 8년째 정부업무보고에 전 국민 독서를 장려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독서 장려 정책 기조에 발맞춰 핀둬둬는 정부 '입맛'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쉬단단 핀둬둬 고급부총재는 "신흥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서 혁신 기술을 통해 독서시장 양극화를 해결하고자 한다"며 "저가 정품도서 시장을 활성화해서 지식을 널리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핀둬둬를 비롯한 인터넷기업들은 정부의 반독점 규제 리스크에 맞닥뜨렸다.

올 2월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로부터 “고작 배추 몇 포기 파는 데 치중하지 말라. 혁신적 과학기술로 미래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더 멋진 일을 하라"는 경고도 받았다. 당시 인터넷 기업들이 너도나도 거액의 보조금을 쏟아부어 지역 식료품 공동구매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을 독과점해 골목 상권의 밥그릇을 뺏는 걸 꼬집은 것이다. 

핀둬둬를 비롯해 식료품 공동구매 사업을 벌인 인터넷기업들에는 부당가격 행위로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지난달에도 당국은 각 인터넷기업에 반독점 관련 위법행위가 있으면 한달 내 자수하라고 경고했다.
 
◆창업 6년 만에 알리바바 아성 깼지만···

2015년 창업한 핀둬둬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다크호스'로 불린다. 6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 공동구매 방식에 기반한 '박리다매' 전략을 펼치며 고객 수로는 알리바바도 제치며 고속 성장했다. 지난해 핀둬둬의 구매 고객 수는 전년보다 35% 넘게 급증한 7억8800만명으로, 알리바바(7억7900만명)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주가는 지난해에만 4배 넘게 뛰었다. 

하지만 핀둬둬의 고속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가 강화돼 핀둬둬가 고속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점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핀둬둬는 지난해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595억 위안의 매출을 거뒀지만, 같은 기간 적자액도 71억8700만 위안에 달했다. 핀둬둬도 실적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몇 년 동안 성장이 둔화되거나 심지어 역성장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핀둬둬를 전도유망한 종목으로 꼽고 있다. 미국 투자정보 사이트 웨일위즈덤닷컴에 따르면 핀둬둬는 기관투자자 54개 포트폴리오의 보유주식 상위권에 올라 있을 정도로 기관투자자가 선호하는 종목이다. 지난해 말 힐하우스캐피털, 그린우드가 가장 많이 매입한 종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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