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文정부, 백신과 쿼드 무관하다면서…'사드 악몽 재연될라' 애간장

2021-04-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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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일 30만명 확진' 인도에 "백신 지원하겠다"

미·인도, 지난달 쿼드 정상회의서 '백신 협력' 합의

"한국도 쿼드 참여하면 좋아...中 '사드 보복' 우려"

"진작 참여했으면 좋았겠지만 백신 받을 순 없어"

방역 전문가 "美와 정상회담서라도 논의 잘해야"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코로나19 백신 협력과 쿼드(QUAD·비공식 안보협의체) 참여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작 미국은 쿼드 참여국인 인도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도는 캐나다, 멕시코와 달리 미국과 국경을 접한 국가가 아님에도 즉각 도움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이처럼 쿼드 참여와 백신 협력이 무관치 않아 보이지만, 정부는 미국 주도의 '반중(反中)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에 발을 담글 경우 지난 2016년 '사드 악몽'이 재현될 것을 우려, 미국의 시선을 애써 회피하고 있다.

방역 전문가는 28일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하루라도 급히 백신을 확보해야 하는데 밥상을 걷어찬 격"이라며 거센 비판을 내놨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 롬에서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장관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스크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협의체다. [사진=연합뉴스]

◆"쿼드 참여, '제2의 사드 갈등'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인도에 코로나19 백신을 보낼 생각이라고 밝히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점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전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000만회분을 타국에 지원할 방침을 밝혔고, 하루 만에 인도에 대한 백신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인도는 미국과 일본, 호주와 쿼드에 참여 중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쿼드 참여에 여전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 입장에서도 쿼드 등 다양한 국제 협의체에 참여하는 게 좋다"면서도 "국내 기업이 사드 갈등 당시 입은 피해를 감안하면 섣불리 움직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돌이켜보면 쿼드가 반중 성격을 띠기 이전에 참여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는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당국자는 "한국이 지금 쿼드에 들어간다고 해서 미국이 백신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쿼드 참여를 고리로 한 미국과의 백신 협력 추진에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부터 나서야 하는데...文, 美 저격만

더불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코로나19 백신과 반도체 간 '스와프(교환)'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고대 원시사회도 아니고 '반도체 줄게 백신 다오' 식의 물물교환은 힘들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 유도도 잘못하면 정경유착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 소극적으로 비칠 수 있는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방역 전문가는 엇갈린 의견을 표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하반기 언제 얼마큼의 백신이 들어오는지 특정을 못하고 있다. 글로벌 수급 등 때문에 상당히 불확실한 측면이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부터 다음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잘 얘기해 백신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달 말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아오(博鰲) 포럼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관련, 미국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내놔 논란이 됐다. 김 교수는 "미국의 인도 지원은 쿼드 정상회의에서 다 얘기가 된 것"이라며 "백신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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